사업자금으로 대출받아 일부 생활자금으로 사용…부실위험 커

금융 당국이 제2금융권에 가계 대출 총량 규제에 나서면서 개인사업자 대출도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개인사업자들이 사업자금용도로 대출을 받은 뒤 이를 생활자금으로 쓰는 경우가 많아 숨겨진 가계 대출 규모가 상당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국기업평가는 지난달 7일 '은행권 자영업자 대출, 건전성에 주목할 시점' 보고서를 통해 "그 동안 자영업자 대출은 주로 개인사업자대출로 이뤄져 있어 실질적으로는 가계대출이면서도 가계부채 관리방안에서 소홀히 다뤄져 왔다"고 지적했다.
1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저축은행의 개인사업자 대출은 급격하게 늘고 있다. 지난 2013년 말 5조3671억원이었던 개인사업자 대출 잔액은 2014년 말 5조4864억원, 2015년 6조4000억원에서 지난해 말 7조6917억원으로 급증했다.
문제는 개인사업자들의 소득 흐름이 불확실하고 소득 대비 부채가 많기 때문에 그만큼 부실 위험이 높지만 금융사들이 사실상 이를 가려낼 방법이 없다는 점이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사업자대출을 받는 고객들은 근로소득자에 비해 소득이 일정치 않기 때문에 신용등급이 비교적 낮은 경우가 많다"며 "저축은행을 통해 개인사업자 자격으로 사업자금 대출을 받아 생활 자금으로 쓸 가능성이 있지만 저축은행에서는 일일이 계좌추적을 할 여건도 되지 않고 검사권도 없기 때문에 확인할 길이 없다"고 말했다.
금융 당국이 2금융권 가계 대출 총량 규제에 나서면서 개인대출이 어려워지자 개인사업자대출을 통해 생활자금을 대출 받을 가능성도 높아졌다.
통계청 2016년 가계금융복지조사(2015년 기준)에 따르면 개인사업자의 처분가능소득 대비 금융부채 비율은 164.2%로 임금생활자(101.1%)보다 높다. 개인사업자의 처분가능소득대비 원리금상환액 비율도 35.5%로 상용근로자(24.3%)보다 높았다. 특히 개인사업자의 2015년 평균소득 증가율은 1.2%로 상용근로자(5.8%), 일용근로자(2.1%)보다 낮았다.
이 때문에 2금융권에 대한 금융 당국의 가계 대출 총량제가 오히려 가계 대출로 잡히지 않는 가계 부채의 사각지대를 만들면서 오히려 가계 부채 질적 개선은 커녕 가계부채의 질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저축은행의 개인사업자 주택담보대출은 금융사가 반드시 주택담보인정비율(LTV)를 적용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사실상 규제 사각지대에 있다. 집값 하락과 함께 부실해질 수 있는 고위험 대출로 분류되는 LTV 70% 이상 대출은 2조2848억원으로 전체 개인사업자 대출의 67.2%를 차지했다.
김영한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개인사업자는 가장 궁지에 몰린 계층"이라며 "정부가 무조건 가계 대출을 줄이겠다는 방식으로 접근하다보니 풍선효과로 개인사업자 대출이 생계형 가계 대출과 유사한 형태로 나타나면서 가계부채의 질만 악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이어 "정책 일관성 차원에서는 가계 대출 수치 자체를 줄이는 것이 정부의 목적이라면 개인사업자 대출도 가계 대출에 포함해 총량규제를 받도록 하는 것이 맞지만 무조건 생계형 자금을 억제하면 또 다른 형태의 생계형 자금 대출이 불거져 나올 수밖에 없기 때문에 생계형 자금 대출에 대한 다른 방식의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정화 기자 jhlee@segye.com
<세계파이낸스>세계파이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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