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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2014년 11월에는 ‘럼두들 바’가 타멜 거리 끝자락 후미진 곳에 있었다.>> |

에베레스트 등정대의 집결장소이자, 산악인들이 8000미터급 산을 올랐다 돌아오며 자신의 이름을 남기는 장소로 유명한. 벽면에는 에드먼드 힐러리, 라인홀트 매스너, 로브 홀, 그리고 수많은 세르파의 친필 사인들이 있다. 책은 2001년 빌 브라이슨의 서문으로 다시 인쇄되며 산악인들에게는 이미 고전이었던, 혹은 모험가들끼리의 암호명 같은 럼두들 등반기는 그렇게 대중서적이 된다.

누구라도 어릴 적 한번쯤 했었을.
‘자전거로 그레이트노스로드를 따라 반쯤 달려갔을 때 나는 문득 스코틀랜드가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것은 오로지 나를 속이기 위해 날조된 지명인지도 모른다는 의심을 하기 시작했다. 내가 읽은 모든 책, 검소하고 알뜰한 스코틀랜드 사람들에 관한 모든 이야기, 셰익스피어의 맥베스, 랍비 번스(스코틀랜드 민족시인), 로몬드 호수와 보니 찰리에 관한 노래들, 이 모든 것은 그 음모의 일부였다. 스코틀랜드에서 온 척하는 북쪽 사람들은 모두가 그 음모에 가담한 사람들이었다.’
(W.E. 보우먼의 <럼두들 등반기> 가운데서)
피곤해죽겠다고 불평하던 정글이 여러 개의 나침반에서 알코올을 뽑아 마시고는 몸이 북쪽으로 향하는 버릇이 생겨 동쪽이나 서쪽으로 갈 때는 옆걸음을 치고, 남쪽을 갈 때는 뒤로 자빠지고... 익살맞고, 그런 만큼 소소하게 재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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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2016년 타멜을 떠나 새로 집을 지어 문을 연 럼두들 바.>> |






“이 사람이 열다섯 번이나 등반을 했대. 여기 여기, 이 사람 사인도 있어.” 곁의 서구 중년 여성이 세르파 한 명과 기념사진을 찍으며 설명했다. 명성을 듣고 여러 나라에서 온 여행객들과 그렇게 가벼운 몇 마디를 주고받았고, 천장에 무수하게 매달린 발자국 모양의 사인판에 이번에는 글 하나도 남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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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인도에 강가가 있다면 네팔에는 바그마티 강이 있다. 파슈파티나트(사원군)는 화장터(인도의 바라나시인 셈이다)로 흔히 알려져 있지만 네팔 힌두교의 총본산. 사원군이라는 말처럼 10여 개의 사원이 화장터와 함께 있다. 파슈파티나트 뒤편 언덕으로 이어지는 고운 샛길을 따라 30여 분 걸으면 보다나트에 이른다.>> |

도착한 날이 마침 ‘마하 시바라뜨리: Maha Shivaratri’. 시바가 태어났다는 이날은 네팔 달력으로 팔군의 시기 새달이 뜨는 날. 수백 명의 사두(수행자)들이 네팔과 인도에서 몰려드는 파슈파티나트, 바그마티 강에서 목욕하는 장관은 놓쳤지만 사원 앞에 불을 피우고 야자수 잎을 탁탁 때리며 악귀를 좇는 것은 보았다, 한국의 정월대보름 달집 속에서 탕탕 시원스레 대나무 타는 것 같은 소리도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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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큰 사원 앞에는 나뭇잎으로 일회용 접시를 만들어 파는 이들이 있다.>> |

내가 탈 비행기는 내일 안에 날 수 있을 것인지...
옥영경(자유학교 물꼬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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