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일 서울 강남구의 한복샵 ‘천의무봉’에서 만난 한복 디자이너 조영기(46)씨는 직접 만든 한복을 입고 있었다. 얼핏 보면 전통한복 같지만 짧은 소매 길이나 옷매무새 등에서 현대적인 감각이 배어났다. 그가 말하는 ‘21세기의 한복’ ‘신(新)한복’은 전통과 현대의 조화로운 접목이다.
패션의류학을 전공한 조씨에게 원래 한복은 ‘관심 밖’의 대상이었다. 고리타분한 느낌이었다. 예쁘다는 생각도 들지 않았다고 한다. 한복과 인연을 맺은 건 1996년 대학 졸업반 때였다. 중요무형문화재 107호 누비장 김해자(65) 선생과 만난 것이 계기가 됐다. 제대로 알게 된 한복은 오묘했다. 누비로 한복 한 벌을 짓는 데는 3∼6개월가량 걸린다. 스승이 한땀 한땀 누비를 정성스레 뜨는 모습은 옷을 만드는 게 아니라 차라리 수행에 가깝게 느껴질 정도였다. 한복은 곧 정성이었다.

‘한복의 경계’는 그에게 오랜 화두다. 한복은 전통과 현대, 과거와 현재의 경계에 있다고 생각한다. 조씨는 “새로운 형태의 한복들은 곧잘 ‘한복이냐, 아니냐’ 논란에 선다”며 “아무리 다양한 형태의 두발자전거를 보더라도 세발자전거라고 하지 않는 것처럼 한복도 분명하게 구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단칼에 선을 긋긴 어렵지만, 우리 것인 만큼 누구나 직관적으로 알아볼 수 있단 얘기다.

“한복이냐, 아니냐는 의미가 없는 질문입니다. 젊은 디자이너들이 전통과 현대, 균형 있는 공부를 했으면 해요. 한복이란 이름을 달고 있는 한 (한 쪽만 공부한다면)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전통의 멋이 깃든 우리 옷들이 큰 사랑을 받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이창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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