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뱅크가 5일 은행업 본인가를 받았다. 이르면 6월 영업을 시작할 전망이다. 1호 인터넷전문은행인 케이뱅크와의 경쟁이 불붙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원회는 이날 정례회의를 열어 카카오뱅크에 대한 은행업 본인가를 의결했다. 금융위는 “자본금, 자금 조달방안, 주주구성, 전산 등 은행업 인가 요건 충족 여부를 심사한 결과 카카오뱅크가 요건을 충족한 것으로 판단했다”고 발표했다. 2015년 11월 예비인가 이후 1년5개월 만이다. 카카오뱅크는 정상적인 금융거래 작동 여부와 지급 결제망 연계 등을 테스트한 후 이르면 6월 말부터 공식 영업을 시작할 계획이다.
벌써 시장은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의 치열한 경쟁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은 시중은행과 달리 타깃층이 20∼40대로 한정된 만큼 둘 간의 경쟁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인터넷전문은행은 스마트폰이나 인터넷에 익숙한 젊은층을 중심으로 영업을 할 수밖에 없어 경쟁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사람들은 시중은행을 주거래은행으로 하고 인터넷전문은행을 보조은행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며 “보조은행을 두 개나 만들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는 금융상품 경쟁보다 주주사를 활용한 서비스 경쟁에 나설 전망이다. 금융상품은 모방이 쉽고 지나친 금리경쟁이 발생하면 출혈도 크다. 우선 카카오뱅크는 가입자만 4200만명에 육박하는 메신저 카카오톡을 앞세워 케이뱅크와 차별화한다는 전략이다. 카카오톡 주소록을 이용해 친구에게 메시지를 보내듯 돈을 송금하고 카카오톡을 통한 고객상담도 진행할 예정이다. 카카오택시나 (카카오톡의) 선물하기 데이터를 갖고 신용평가에도 활용할 계획이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케이뱅크가 (주주사인 KT 영향으로) 통신기반이라면 카카오뱅크는 카카오톡 채널 기반이다”며 “카카오톡을 활용한 서비스를 치열하게 고민하고 있고 적극 활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카카오뱅크는 주주사인 SGI서울보증을 통한 저신용자 대상 ‘모바일 속 비상금’ 상품도 출시할 예정이다. 보증보험을 낀 대출이기 때문에 케이뱅크보다 대출 대상이 넓다. 또 다른 주주사인 중국 인터넷서비스 전문업체 텐센트를 통해 해외결제 시장에도 적극 뛰어들 전망이다. 윤호영 카카오뱅크 공동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카카오뱅크는 해외송금이 차별점”이라며 “외화송금 수수료를 시중은행의 10분의 1수준으로 낮추겠다”고 강조했다.
케이뱅크는 주주사를 통해 고객과 오프라인 접점을 강화해 카카오뱅크와 차별화한다는 전략이다. 여기에는 주주사인 KT의 전국 3000여 대리점과 GS리테일의 1만1000여개 편의점이 첨병 역할을 한다. 케이뱅크는 KT 대리점에서 코드를 받으면 금리 0.2%포인트를 우대하는 코드K정기예금도 내놓았다. GS25 편의점에 설치된 자동화기기(CD·ATM)에서는 24시간 수수료 없이 돈을 출금할 수 있다. 대리점과 편의점을 통한 오프라인 마케팅도 진행된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KT 대리점과 GS25 편의점 모두 유동인구가 많고 접근성이 좋은 데 위치했다”며 “고객들은 인터넷뿐 아니라 이곳에서도 케이뱅크가 주는 혜택을 접할 수 있다”고 말했다.
두 인터넷전문은행이 틈새시장을 놓고 경쟁만 하는 관계는 아니다. 시장을 키우기 위해 둘 간의 협력도 이뤄질 전망이다. 특히 인터넷전문은행을 위한 은산분리(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소유제한) 완화 문제를 놓고는 둘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은산분리가 완화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두 은행 모두 수신조달 문제 등 발전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윤석헌 서울대 경영대 객원교수는 “같은 고객층에게 같은 상품을 판다는 측면에서는 경쟁관계이지만 은산분리 완화 문제에서는 공동보조를 맞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염유섭·김라윤 기자 yuseob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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