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반려동물 장례업체 가운데 일부는 편법을 쓰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습니다. 장례 과정에서 꼼수를 부려 비용을 부풀려 가격을 높이는 일도 더러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몇몇 악덕업자들은 비용을 아끼기 위해 여러 마리의 동물 사체를 한꺼번에 모아 화장하고, 유골이 뒤섞였는데도 이를 속이고 동물 주인에게 나눠주는 사건도 있었습니다.
현행 법규상 장례업체가 화장시설을 갖추려면 시설기준을 충족해야 하고, 처리과정을 24시간 녹화한 뒤 1년간 보관해야 합니다. 반려동물이 죽으면 쓰레기봉투에 넣어 버려야 합니다. 만약 산에 몰래 묻으면 100만원 이하 과태료를 물게 되고, 공공장소에 매장하면 형사처벌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애견·애묘인 대부분은 이 같은 사실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더 큰 문제는 지방자치단체 관리인력의 부재로 불법매장 등의 단속이 쉽지 않다는 점입니다.
인구가 밀집한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등 대부분의 지자체는 주민 반발을 우려해 반려동물 장례업체의 등록을 허가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렇다 보니 알게 모르게 불법 장례가 성행하고 있으나, 단속 인력이 부족해 적발이 여의치 않은 실정입니다.
반려동물에 아낌없이 투자하고 보살피는 펫팸족(pet+family)의 '100만 시대'가 도래했다. 이러한 양적인 성장에도 자식 같은 반려동물의 사체 처리를 놓고 골머리를 앓고 이는 한두명이 아니다.
늘어난 반려동물 수만큼 장례 수요도 증가하면서 전국 각지에서 동물 장묘시설 설치업체와 이를 반대하는 주민, 지자체 간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동물 장묘업 등록업체는 전국적으로 20곳에 불과해 수요 대비 매우 부족한 상황이라 불법 시설이 난립하고 있다.
3일 각 지자체에 따르면 경기 행정심판위원회는 지난해 12월2일 용인시 처인구 백암면에 동물장례식장을 설치하려는 A씨가 이를 불허한 처인구를 상대로 제기한 개발행위 불허가처분 취소청구를 기각했다.
A씨는 작년 5월 동물장례식장을 짓기 위한 개발행위 허가를 신청했지만, 구는 인근 20m 거리에 테니스장이 있는 등 주변 환경과 시설물이 조화를 이룰 수 없다고 판단해 반려했다. A씨가 이에 반발해 행정심판을 요청했지만, 백암면 인근 주민들과 테니스장 이용객들이 경기 행심위에 반대서명을 제출하는 등 거세게 반발하면서 결국 패소하고 말았다.
경기 고양시와 파주시에서도 비슷한 이유로 동물 장묘시설의 건립 사업에 제동이 걸렸다. 고양시는 지난해 9월 덕양구 고양동에 동물 장묘시설을 조성하겠다며 용도변경 신청서를 낸 B업체에 반려 결정을 내렸다. 고양시가 지역 주민과 갈등을 예방하기 위한 계획서를 제출하라고 업체에 요구했지만, 기한 내 내지 않았기 때문이다. B업체도 행심위에 건축물 용도변경 반려처분 취소청구를 냈지만, 결국 패소했다.
파주시에는 주민들이 비상대책위원회까지 구성해 동물 장묘시설의 건립 계획을 막아섰다. 파주시 오도동에 시설을 설치하려던 C업체가 작년 1월 등록신청서를 냈지만, 시는 보완내용을 제출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반려했다. 이에 C업체가 지난해 4월 행심위에 1차 행정심판을 제기해 승소한 바 있다. 그럼에도 파주시는 작년 8월 "화장시설 상층부가 화장실, 냉동시설, 애견 장례용품 제작실과 연결돼 있어 유해 가스 발생 시 차단이 불가능하다"며 재차 불허했다. 그러자 업체가 2차 행정심판을 제기했지만, 이번에는 행심위가 파주시 의견을 인정해 청구를 기각했다.
◆동물 장묘시설 설치, 지역주민 반발 거세
동물 장묘시설을 운영하고 있거나 설치를 추진하고 있는 업체들은 주민들이 막연하게 혐오시설로만 인식하는 게 안타깝다고 입을 모은다.
현행법상 동물 장묘시설은 허가가 아닌 등록사항으로, 요건만 갖추면 신청을 규제할 방법이 없어 설치하려는 업체와 지자체의 갈등은 더 커질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정작 주무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는 이처럼 동물 장묘시설 설치문제로 사회적 갈등이 벌어지는 있는데도,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런 갈등이 불가피하며, 해결에도 시간이 걸릴 것으로 내다볼뿐 대안 마련조차 신경 쓰지 않는 분위기이다.
현재 동물 장묘시설에 대해서는 '장사 등에 관한 법률'과 건축법, 대기환경보전법 등에서 여러 규제를 하고 있어 입지에 큰 문제는 없어 보이지만, 주민들의 거부감과 반발은 매우 크기 때문이다.
◆반려동물 불법매장 폐해 심각
아울러 농림부는 반려동물 불법매장으로 인한 폐해를 우려하고 있다. 농림부 추산에 따르면 한해 폐사하는 강아지와 고양이 등 반려동물은 15만 마리에 달하며, 이 가운데 2만 마리만 화장되고 나머지는 불법 매장되거나 버려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매몰된 반려동물 사체에 의한 토양 오염뿐 아니라 난립하고 있는 불법 동물 장묘시설에서 발생하는 대기오염도 우려되는 수준이다.
현재 지자체의 허가를 받아 농림부에 정식으로 등록된 동물 장묘업체는 전국에 20곳이다. 이 가운데 경기도에는 △고양(1곳) △김포(3곳) △광주(4곳) 등 8곳이 몰려있다.
농림부는 민간인에 의한 동물 장묘시설 설치가 어려우면 지자체가 직접 설치해 운영하는 방안도 해법으로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류진국 펫케어 대표는 "반려동물시장의 고속 성장으로 인해 발생되는 사회적 문제는 반려동물을 대하는 시민의식과 문화가 성숙되어야 해결된다"고 말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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