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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주의 일상 톡톡] 요리의 감칠맛, 결국 'OO'이 낸다

입력 : 2017-04-01 05:00:00 수정 : 2017-03-31 10:4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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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장, 날 물로 보지마!"
한국인들이 가장 많이 먹는 전통 장은 바로 간장입니다. 간장에 들어있는 아미노산 성분이 다른 음식 재료와 섞이면 감칠맛을 높여주고 설탕 없이도 은은한 단맛을 내주는데요. 국과 탕, 찜, 볶음, 조림까지 한식에서 거의 쓰이지 않는 게 없을 정도입니다.
수도권 소비자들의 최근 6년간 장류 구매 패턴을 분석한 논문을 보면 연간 한 가정에서 간장을 2.2회 사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한 전체 장류 기준으로 구매 가구의 비중이 97.8%로 조사됐는데, 이 가운데 84.3%가 간장을 샀다고 답했다. 이는 고추장 구매비율(74.8%)보다 10%포인트 가까이 높은 수준입니다.
현대인들은 간장을 더 이상 담궈먹는 소스로 보지 않는데요. 요즘 아파트 등 공동주택에서는 메주를 띄울 수 없고, 설령 그렇게 해도 장독대에서 발효하는 게 현실적으로 쉽지 않습니다. 발효과정에서 불거질 이웃과 논쟁은 아마 곰팡이 냄새보다 더 고약할 것입니다. 그렇다 보니 집에서 가까운 마트에서도 다양한 시판 간장을 구입하곤 합니다.

소비자들이 대형 마트나 온라인 쇼핑몰 등에서 간장을 사려고 하면, 다양한 종류와 비슷한 모양 때문에 어떤 걸 택해야 할지 고민이 뒤따른다.

1일 농림축산식품부 ‘가공식품 소비량 및 소비행태 조사’에 따르면 소비자들이 장류를 구입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준은 맛이었다. 뒤이어 브랜드와 제조사, 제조일자, 유통기한, 가격 순으로 제품을 선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식 기회가 많지 않은 간장의 특성상 상당수가 브랜드나 제조회사를 보고 익숙한 제품을 고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간장의 국내 판매량을 보면 가장 먼저 시장에 뛰어든 샘표식품과 대상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종류별로는 양조간장이 51.5%로 과반을 점했고, 혼합간장은 36.8%로 나타났다.

물론 소비자들은 간장을 선택할 때 맛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지만, 식품 첨가물 때문에 염려하는 이들도 더러 있다. 이는 1996년 불량간장 파동, 지난해 초 불량간장에 대한 정부의 회수 및 판매중지 조치가 있었던 데서 비롯됐다.

◆양조간장 51.5% vs 혼합간장 36.8%…격차 더 벌어질까?

일련의 사태를 거쳐 간장의 성분 가운데 식물성 가수분해 단백질의 일종인 '3-MCPD(모노클로로프로판디올)'에 대한 법적 허용 기준치가 1kg당 0.3mg으로 정해졌다. 

한국인 입맛은 그간 콩이 부족했던 일제 강점기 때 만들어 먹기 시작한 산분해(酸分解) 간장에 점령당했다.

흔히 화학 간장이나 아미노산 간장이라고 불리는 산분해 간장은 콩과 곡식으로 이루어진 원료를 염산으로 가수분해하는 과정을 거치는데, 이때 3-MCPD가 만들어진다.

산분해 간장은 화학적 방법으로 단백질을 분해했기 때문에 부족한 맛과 색을 내기 위해 첨가물을 쓰긴 했지만, 양조간장에 비해 향미(香味)가 부족할 수밖에 없다. 대신 제조기간이 1주일 이내로 매우 짧아 비용이 적게 들다 보니 판매가격이 상대적으로 싼 편이다.

3-MCPD는 WHO(세계보건기구)에서 발암 가능성을 고려해야 하는 물질인 'B2군(群)'으로 분류했다. 이에 따라 법적 허용 기준치가 마련됐으나 국내 기준인 0.3mg은 유럽보다 15배가량 높은 수치라는 비판도 나온다.

이런 소식에 정통한 소비자들은 3-MCPD가 없는 양조간장을 주로 찾는다. 이는 화학 간장에 비해 제조기간이 긴 편이라 가격대가 높다는 흠에도 건강을 이유로 양조간장을 고집하는 주부들은 주변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건강한 단맛·감칠맛, 이렇게 내세요!"

양조간장은 콩이나 탈지대두 등에 밀과 쌀, 보리 등을 넣고 누룩(곰팡이균)을 넣어 발효시켜 만든다. 누룩균을 넣어 만든 개량메주를 써 재래식 간장보다 발효기간이 짧다.

발효 과정이 3개월에서 1년 정도라 색이 짙고, 간장 고유의 구수한 향이 강한 것이 특징이다. 콩이 발효되는 과정에서 깊은 감칠맛까지 낸다.

이 과정에서 햇볕을 쬐면 특유의 잡내가 덜 나고, 발효가 더 잘 된다. 이런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소스 브랜드 이금기 같은 제조업체는 햇빛이 통과하는 특수 유리섬유 발효통을 직접 개발해 쓰고 있다.

양조간장은 총 질소 함량에 따라 등급이 나뉜다. 대두나 소맥 등이 발효 과정을 거치면 질소 화합물이 생긴다. 1.3%가 보통간장, 1.5% 이상이 특급간장이다. 총 질소 함량이 1.5%인 간장은 '샘표 501'과 '청정원 햇살담은 자연숙성', '옹가네 양조간장', '이금기 팬더양조간장' 등이 있다.

앞서 설명한 산분해 간장과 양조간장을 적당히 혼합해 만든 간장이 바로 혼합간장이다. 양조간장에 산분해 간장을 섞어 만들거나 양조간장과 효소분해 간장을 배합해 제조한다.

업계에 따르면 산분해 간장에 양조간장이 1%만 들어가도 혼합간장으로 표시할 수 있는데, 보통 혼합간장에는 양조간장이 7~30% 들어간다.

일반적으로 혼합간장의 100ml 당 평균 가격은 381원, 양조간장은 771원으로 배 넘게 차이가 난다. 그러나 양조간장에 비해서는 맛과 향의 경쟁력이 떨어지고, 3-MCPD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다. 산분해 간장이 많이 들어간 혼합간장은 상대적으로 3-MCPD 성분을 다량 함유하게 된다.

양조간장에 비해 맛과 향이 부족한 데다, 양조간장이 지속적으로 가격경쟁력을 개선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 혼합간장이 기를 펼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시각도 있다.

◆"간장 이렇게 사용하면 요리 망친다?"

간장을 ‘맛깔나게’ 활용하는 비법은 무엇일까. 우선 전문가들은 간장의 특성에 맞게 써야 한다고 주문한다.

양조간장은 누룩균 발효와 숙성 과정을 거쳐 맛과 향은 물론이고 색도 매우 진하다. 무침 양념으로 사용하거나 샐러드 드레싱, 비빔밥 양념 등으로 이용하면 그 풍미를 제대로 느낄 수 있다. 이밖에도 다양한 국물과 찜, 조림, 볶음 등에도 안성맞춤이다.

혼합간장이나 산분해 간장은 첨가물로 인위적인 맛을 추가한 만큼 고온으로 가열을 해도 맛이 유지된다. 따라서 오래 졸이는 음식이나 끓이는 음식 등에 활용하면 좋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tvN '집밥백선생'에서 요리 연구가 백종원씨가 찌개용 '만능 간장'을 만들 때 사용한 진간장과 국간장은 간장을 색과 염도로 나눈 것이다. 색과 염도가 진하면 진간장, 색과 염도가 낮으면 국간장이라고 한다.

이밖에도 조림간장, 유기농간장, 저염간장 등으로 품목이 세분화되어 있다. 이는 용도 또는 성분에 따른 구별이기 때문에 제조방법을 알아보려면 제품 뒷면의 식품 유형 부분을 꼼꼼하게 확인해야 한다.

정리하자면 갈비찜이나 간장조림 등의 색이 진한 음식에는 진간장을, 나물 무침이나 맑은 미역국 등에는 국간장을 쓰면 제격이다. 조미가 추가된 맛간장은 조미료와 간장을 섞은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 간장 고유의 맛과 향, 색은 옅지만 향신료나 향신용 채소를 대신하는 맛을 낸다.

한 요리 전문가는 "제조방법과 용도에 따라 간장을 택하는 것이 좋다"며 "양조간장을 쓸 것인지, 혼합간장으로 할 것인지 먼저 선택한 뒤 용도에 맞게 국간장이나 진간장, 맛간장 등에서 결정하면 실패할 확률이 낮다"고 조언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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