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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고용정보원이 621개 직업 종사자를 조사해 발표한 직업만족도 상위 100개 직업 가운데 갖고 싶다고 가질 수 있는 직업은 한 개도 없다. 그 분야에 발을 들여놓는 것부터가 만만치 않다. 국가공인 자격증이 필요한 전문직이거나 그 직종에서 오랜 기간 실력을 쌓아야 차지할 수 있는 것이 대부분이다. 신도 모르고 본인들만 아는 직업이 적지 않다. 2위를 차지한 도선사가 대표적이다. 6000t급 이상 선박의 선장으로 5년 이상 승선한 경력이 있어야 도선사 면허시험을 볼 수 있고, 매년 뽑는 인원도 10명 안팎에 불과해 도선사 되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다.

전국민이 부러워하는 것으로 알려진 국회의원은 100위권 안에 없다. 국회의원 30명에게 “이 직업을 자식에게 권하겠느냐”고 물었더니 5명만 “그렇다”고 답했다. ‘사회적 평판’ 평가에선 394위를 기록했다.

이번 직업만족도 조사에서도 1위를 차지한 것은 판사다. 남들이 모두 부러워하고 결혼정보회사도 인정하는 1등급 직업이다. 판사가 직업에 만족한다고 대답한 것은 다소 의외다. 일이 적은 것도 아니고 돈을 많이 버는 것도 아니다. 검사 37위, 변호사 74위와 비교된다. 열악한 근무환경과 과중한 업무 속에서도 묵묵히 신뢰받는 법원을 만들기 위해 책무를 다하는 줄은 알았지만 자신이 하는 일에 그토록 만족스러워하는 줄은 미처 몰랐다. 어떤 부장판사는 “벽에 똥칠할 때까지 하고 싶을 정도로 제 직업을 사랑하고 과분할 정도로 보람이 있다”고 했는데, 빈말이 아니었나 보다.

고독한 결단을 밥 먹듯 한다는 판사가 자신의 직분을 흡족해한다니 다행이다. “만족한다”는 판사들 대답이 진심이었을 것으로 믿는다. 혹여라도 직업적 결벽증 때문에 마음에도 없는 답을 내놓은 것이 아니었기를 빈다. 법관들이 자신의 직업에 불만투성이어서 만족도 조사에서 100위권에조차 끼지 못했다면 근심거리가 됐을 것이다. 법치와 정의를 구현해야 할 법관이 한눈팔아 법원 담장 밖을 기웃거린다면 국민의 불행이다.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앞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운명이 직업만족도 1위에 빛나는 판사 손에 달렸다. 40세를 갓 넘긴 영장전담 판사의 어깨가 천근만근이다.

김기홍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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