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에 물티슈가 안 좋다는 인식이 있었던 터라 이제 놀랍지도 않다. 식당에서 아이들 얼굴을 닦아주는 행동은 제발 하지 말길 바란다. 편리함도 좋지만 안전하고 위생적인 식당이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30대 직장인 B씨)
"음식점도 물티슈 회사를 믿고 사서 쓰는 소비자 입장이다. 음식점에서 사용하는 물티슈는 비교적 이른 시간 내 소진되기 때문에 유통기한 내 다 쓸 수 있다. 또 물티슈 세균 운운하는데, 이는 우선적으로 제조사의 문제이지 소비자인 음식점의 책임은 아니라고 생각한다."(40대 자영업자 C씨)

음식점 1회용 물티슈의 세균 오염상태가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인체에 치명적인 감염을 일으키면서 항생제조차 제대로 듣지 않는 세균이 검출돼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이런 물티슈가 유효기간이나 보관기준조차 없이 통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상황이 이렇자 정부는 추후 위생용품관리법을 별도 제정해 일회용 물티슈 관련 규정을 신설하고, 실태조사와 함께 안전관리를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혔지만 늑장대응이라는 비판이 일 것으로 보인다.
◆음식점 일회용 물티슈 오염상태 심각…항생제조차 듣지않는 세균 검출
정무상 제주한라대 임상병리과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지난해 4∼6월 제주도 내 대중 음식점과 커피 전문점, 빵집 등에서 제공하는 1회용 물티슈 55개를 수거해 미생물 오염도를 측정한 결과 50개(90.9%)에서 세균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지난해 대한임상검사과학회지에 발표됐다.
연구팀은 1회용 물티슈의 세균 오염도를 알아보기 위해 수분을 멸균 컵에 짜낸 뒤 35도의 배양기에서 18시간 넣었다. 그 결과 전체 조사 대상 물티슈에서 모두 71개의 균주(菌株)가 분리됐으며, 세균 수로는 1㎖당 평균 4140개가 검출됐다.
이 가운데 세균이 자라지 않은 물티슈는 겨우 10%(5개) 수준에 불과했다. 심지어 2개의 물티슈는 ㎖당 1만6670개의 세균이 자란 것으로 나타났다.

더 큰 문제는 물티슈에서 분리된 71개의 균주 가운데 면역력이 떨어진 이에게만 감염을 일으킨다고 해서 '기회감염균'으로 불리는 황색포도알균(15개)과 녹농균(3개)이 나왔다는 점이다.
황색포도알균은 100도에서 30분간 끓여도 파괴되지 않는 장내 독소를 만든다. 손에 상처나 염증 등이 있을 때 오염되기 쉽다. 갑자기 심한 구토를 하거나 물 같은 설사를 하는 등의 증상이 대표적이며, 경련을 동반하기도 한다. 각종 감염과 패혈증 등도 유발할 수 있다. 이 균은 항생제에도 잘 듣지 않는다.
녹농균은 패혈증과 전신감염, 만성기도감염증 등의 심각한 난치성 질환을 일으켜 사망을 일으킬 수 있는 위험한 세균이다. 각종 항생제에 내성이 강해 치료가 쉽지 않다. 실제 과거 일본에서는 항생제 내성 녹농균에 감염된 이들이 잇따라 숨져 사회문제가 되기도 했다.
◆일회용 물티슈, 유효기간·보관기준조차 없이 유통
연구팀 관계자는 "식당에서 제공하는 물티슈는 한 번 사용 후 버리는 1회용품이지만, 정확한 보관방법에 대한 안내가 없고 제조일과 사용기한 표시가 없는 제품이 상당수"라며 "이 때문에 수개월 내지 수년간 보관·사용함으로써 심각한 세균 오염이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사정이 이런 데도 음식점에서 쓰는 1회용 물티슈는 아직 유효기간이나 보관기준조차 없이 유통되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가 위생용품의 규격과 기준을 담은 고시를 개정해 오는 8월16일부터 1회용 물티슈에 대해서도 살균제나 보존제의 성분을 표시토록 했지만, 여기에도 물티슈 자체의 유효기간이나 보관기준은 포함되지 않아 논란이 여전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앞으로 위생용품관리법을 별도 제정해 1회용 물티슈의 유효기간과 보관기준을 신설하겠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
전문가들은 제대로 관리되지 않은 물티슈를 쓰는 것은 세균을 묻히는 것과 다름없어 차라리 사용하지 않는 게 나을 수도 있다고 주문하면서 식사 전 손을 씻는 일 외에 별다른 대안이 없다고 당부한다. 가급적이면 비누로 손을 씻도록 노력하고 불가피하게 물티슈를 쓴다면 제조날짜와 밀폐 여부를 확인한 뒤 사용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한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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