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직 국가원수 중 가장 먼저 철창 안에 갇힌 신세가 된 이는 노태우 전 대통령이다. 1995년 옛 대검 중수부는 그가 재직 시절 기업들로부터 수천억원에 이르는 돈을 ‘통치자금’ 명목으로 받아 쓴 정황을 잡고 수사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은 그해 11월1일과 15일 2차례 소환조사를 받았고 곧바로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당시는 지금과 같은 영장실질심사 제도가 없었다.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하면 판사는 피의자를 직접 심문할 필요 없이 영장과 관련 수사기록만 검토한 뒤 신속히 발부 여부를 결정했다.

헌정사상 최초로 전직 대통령을 구속한 김 판사는 “전직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이란 점 때문에 평소보다 시간이 더 걸렸다”면서도 “부담스러운 사건이나 판사는 사건 기록에 따라 구속 여부를 결정할 뿐”이라고 담담히 소감을 밝혔다. 그는 “최소한의 범죄사실만 드러나면 구속 여부를 판정할 수 있다”며 강한 소신을 드러냈다.
노태우 전 대통령 구속 직후 김영삼정부는 12·12 군사반란 및 5·18 광주민주화운동 유혈진압 책임자 처벌을 위한 특별법을 제정했다. 이 법률에 따라 옛 서울지검(현 서울중앙지검)에 특별수사본부가 꾸려졌다. 군형법상 반란수괴 혐의를 받고 있던 전두환 전 대통령은 검찰로부터 “1995년 12월2일 출석해 조사를 받으라”는 통보를 받았다.

구속영장을 받아든 검찰은 즉각 전 전 대통령 검거반을 편성해 합천으로 보냈다. 1995년 12월3일 새벽 합천에서 검찰 수사관에게 체포된 전 전 대통령은 영장 집행과 동시에 경기 안양교도소로 압송돼 수감됐다.
1996년 대법원은 전 전 대통령에게 무기징역, 노태우 전 대통령에겐 징역 12년을 각각 확정했다. 두 사람은 1997년 12월까지 약 2년간 복역하고 김영삼정부의 특별사면 조치에 따라 풀려났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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