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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전 대통령은 지난 10일 헌재가 파면 결정을 내리고 이틀 뒤인 12일 청와대를 나와 사저로 복귀했다. 복귀하면서 박 전 대통령은 직접 파면에 대한 입장발표를 하지 않았다.
대신 민경욱 전 청와대 대변인이 “제게 주어졌던 대통령으로서의 소명을 끝까지 마무리하지 못해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저를 믿고 성원해주신 국민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이 모든 결과에 대해서는 제가 안고 가겠습니다. 시간이 걸리겠지만 진실은 반드시 밝혀진다고 믿고 있습니다”고 박 전 대통령의 입장을 전했다.
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 사태를 바라보는 국민의 마음은 복잡하지만 박 전 대통령은 이 여섯 문장만을 내놓았다. 그런데 그마저도 자신의 파면에 대해 승복하는 내용은 담기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박 전 대통령이 헌재의 판결에 승복해 청와대를 나오지 않았느냐’라고 말한다. 대표적인 친박(친박근혜)계 의원으로 꼽히는 자유한국당 김진태 의원은 최근 부산에서 열렸던 한국당 경선후보 비전 토론회에서 “우리는 탄핵에 불복하는 것이 아니다. (박 전 대통령이) 이미 청와대에서 나와 집으로 오셨기에 그건 (헌재 판결에) 승복을 한 것”이라고 역설했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이 청와대를 나온 것은 헌재의 판결에 승복한 것이 아니라 소극적인 태도로 수용(受容)했을 뿐이다. 수용은 어떠한 ‘결과를 받아들인다’는 의미다.
국어사전에 따르면 승복은 첫째로 납득하여 따른다는 의미고, 두번째는 죄를 스스로 고백한다는 의미다. 박 전 대통령은 헌재의 판단에 대해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박 전 대통령이 ‘진실은 밝혀진다’고 말한 것은 헌재의 판단이 진실에 기반하지 않았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진실이 아니라는 것이다. 죄를 스스로 고백한 적도 없다.
정리하면 박 전 대통령은 자신의 파면 결정에 대해 ‘소극적인 태도로 수용했다. 헌재의 결정에 대해 승복하지 않았고, 여전히 불복하고 있다’. 검찰 조사까지 받은 상황이다. 태극기 시민이 아닌 모든 국민은 박 전 대통령이 하루 빨리 헌재의 파면 결정에 대해 진심으로 승복하는 자세를 보여주길 바라고 있다.
이재호 기자 futurnalist@seyg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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