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세월호가 3년째 잠들어 있는 전남 진도군 조도면 맹골수도 해역 어업지도선. 아직 주검조차 찾지 못한 미수습자 가족들은 먼발치서 세월호 인양작업에 나선 바지선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2㎞가량 떨어진 바지선에서 무슨 일을 하는지 육안으로는 잘 보이지 않았다. 그래도 이들은 희미하게 보이는 작업자들과 크레인의 움직임을 허투루 흘러보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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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절한 기다림 세월호 미수습자 가족들이 22일 전남 진도군 조도면 맹골수도 해역에서 세월호 인양과정을 지켜보고 있다. 진도=연합뉴스 |
맹골수도는 세월호를 앗아간 3년 전과 달리 잔잔했다. 하늘은 흐리고 육지보다 바람은 거셌지만 파도는 그다지 높지 않았다.
미수습자 가족들은 여느 때와 달리 오열하지 않았다. 오히려 이들의 얼굴에는 긴장감과 적막감이 감돌았다. 세월호 인양 작업에 혹시 방해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 울음을 참았다. 이들은 세월호 참사 이후 지난 3년간 ‘재회’라는 소망 하나로 버텨왔다. 세월호 배 안 어딘가 있을 가족을 찾아야 한다는 생각만으로 1072일을 기다려온 것이다.
시신이 인양될 때마다 기대와 실망을 반복해온 이들은 이번에는 가족을 만날 수 있다는 기대감을 감추지 못했다.
사고 당시 단원고 2학년 1반인 조은화양의 어머니 이금희(48)씨는 “현장에서 인양작업하는 분들에게 방해가 될까봐 가보고 싶은 마음을 참고 멀리 떨어진 진도 팽목항에서 인양을 빌었다”며 “인양 후 미수습자 수색을 최우선으로 하고 가족을 찾아 집에 돌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권씨의 친형 권오복(61)씨는 “이번에는 꼭 세월호 인양에 성공해 9명의 미수습자를 찾을 수 있기를 바라는 우리 모두의 염원이 실현되길 고대한다”고 호소했다.

유가족 45명도 어업지도선을 타고 미수습자 가족과 비슷한 시간에 사고해역에 다다랐다. 이들은 세월호 인양으로 참사의 원인 등 진실이 밝혀지기를 기대했다. 이날 팽목항에는 추모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전남 강진의 한 중학교 학생 10여명은 팽목항 등대로 와서 노란 색종이로 접은 종이배를 바람에 나부끼는 노란 리본 사이에 걸었다. 이 종이배는 학생들이 세월호 희생자와 미수습자에게 쓴 편지였다.
진도=한현묵·한승하 기자 hansh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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