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22일까지 외할머니 손에서 자란 A양이 감당하기 힘든 변화는 한꺼번에 닥쳤다. 갑자기 생후 8개월 젖먹이 동생이 생겼고, 생소한 여성에게 '엄마'라고 불러야 하는 상황을 맞아야 했다. 나이도 어리지만, 지적장애까지 품고 살아가야 하는 A양으로선 쉽게 견뎌낼 수 없는 복합 스트레스였다.
성격이 활달하고 붙임성도 좋았던 A양은 학교에 입학하고 나서 선생님, 친구들과 어울리며 안정을 찾아가던 중이었다. 14일 오전 7시30분. 그때만 해도 A양은 학교 갈 생각에 들떠 있었다.
그러나 계모 B(34·여)씨가 화장실에서 A양의 머리를 양 갈래로 묶고 머리카락을 자르는 순간 끔찍한 불행이 시작됐다. 지적장애로 오랜 시간 부동자세를 유지하지 못하는 A양은 울음을 터트렸고, 계모는 A양과 다투기 시작했다.
사고는 순식간에 벌어졌다. 화를 참지 못한 B씨가 손으로 A양을 밀쳤고, A양은 욕조에 머리를 부딪치며 넘어졌다.
그것마저도 본인의 잘못으로 생각한 A양은 넘어지자마자 벌떡 일어나 연신 "엄마 죄송해요. 엄마 죄송해요"라고 말하면서 울상을 지었다. 그러고선 황급히 방으로 걸어 들어간 A양은 문을 굳게 닫았다.
산후우울증에 시달리고, 젖먹이를 키우느라 힘겹게 생활하던 B씨. 누워 있는 A양의 상태를 확인한 뒤 담임교사에게 '아이가 열이 나고 아파서 병원에 가야 한다'는 내용의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남겼다.
친구들 만나는 걸 기쁨으로 알던 A양의 등교는 더는 할 수 없는 일이 돼버렸다.
충북 청주 청원경찰서는 지적장애 의붓딸 A양을 숨지게 한 혐의(상해치사)로 계모 B씨를 15일 긴급체포해 조사하고 있다. 경찰은 A양이 옮겨진 병원의 CT 촬영에서 외상성 뇌출혈이 있는 것을 확인하고, B씨를 상대로 밤샘조사를 벌여 이날 새벽 B씨에게서 범행을 자백받았다.
경찰의 임의 동행 당시 술에 취해 있던 B씨는 "아이가 화장실에서 넘어져 그렇게 된 것"이라며 범행을 부인했었다.
경찰은 의붓딸이 다쳤는데도 119구급대 등에 신고하지 않고, 숨진 사실을 확인하고 나서 장시간 술을 마신 경위 등을 조사할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A양의 사인을 밝히기 위해 16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부검을 의뢰할 예정"이라며 "B씨에 대한 구속영장도 신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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