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무 부총재 "7년 만에 만난 마라도나, 많이 변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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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년 6월 2일 멕시코월드컵 아르헨티나와의 경기에서 축구신동 디에고 마라도나를 태클로 저지하는 허정무. |
마라도나와 허정무 부총재는 14일 수원 화성행궁 앞 광장에서 열린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코리아 2017 본선 조 추첨 행사 사전 이벤트에 참석해 인사를 나눴다.
허정무 부총재가 일정 때문에 금방 자리를 떠 오랜 시간을 함께하지 못했지만, 두 사람은 환한 표정으로 인사를 나누며 반가움을 표시했다.
마라도나는 풋살게임 등 이벤트에 참가한 뒤 인터뷰에서 취재진으로부터 사진 한 장을 받았다.
1986년 멕시코월드컵 본선 경기에서 허정무 부총재의 깊은 태클에 걸려 넘어지는 사진이었다.
마라도나는 순간 당황한 듯했지만, 밝은 표정으로 "모든 부상의 장면은 다 기억난다. 이 사진도 마찬가지다"라며 "큰 대회에서 일어났던 일이라 기억하고 있다"라고 대답했다.
당시 허정무 부총재는 `진돗개'라는 별명답게 끈질기고 거친 수비로 마라도나를 막는 데 성공했다.
특히 개인기를 앞세워 돌진하던 마라도나의 왼쪽 허벅지를 찬 장면은 두고두고 회자했다.
마라도나는 왼쪽 다리를 잡고 뒹굴었고, 허정무 부총재는 달려오는 심판과 상대 선수들을 향해 손으로 동그랗게 모으며 미안한 표정으로 '볼을 차려 했다'라는 표정을 지었다.
아르헨티나 언론은 이 태클을 문제 삼아 '태권 축구'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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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에도 두 사람은 1986년 멕시코월드컵과 관련한 질문을 집중적으로 받았다.
그러나 U-20 행사에서는 당시 '악연'을 잊고 즐거운 표정으로 재회했다.
허정무 부총재는 연합뉴스 전화통화에서 "오랜만에 마라도나를 만나 매우 반가웠다"라며 "세월은 아무도 막을 수 없다는 걸 느꼈다"라고 말했다.
이어 "U-20 월드컵 대회 홍보를 위해 내한해준 마라도나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다"라고 밝혔다.
허 부총재는 '마라도나와 무슨 대화를 나눴나'라는 질문에 "나를 기억하느냐고 물었는데 마라도나가 (여전히) 영어를 전혀 못 하더라"라며 웃었다.
이어 "7년 만에 만났는데 배도 많이 나오고 체형이 변해 세월의 무상함을 알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한편 마라도나는 기자회견에서 "유년 시절 가격이 저렴한 축구공을 사서 놀았다. 그렇게 축구와 인연을 이어왔는데, 어린 선수들에게 가장 중요한 건 즐기는 마음 자세인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국제축구연맹(FIFA)이 많이 바뀌고 있다. FIFA가 바뀌는 과정에서 U-20 대회가 열리게 됐는데, 자부심을 느끼고 잘 준비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함께 참석한 아르헨티나 축구대표팀 출신 파블로 아이마르는 "유소년 축구의 중요성은 매우 크다. 이번 대회를 계기로 한국 축구가 발전했으면 좋겠다"라고 밝혔다.
이날 이벤트엔 한국 U-20 대표팀 신태용 감독과 이관우 수원 삼성 12세 이하(U-12)팀 코치, 조영욱(고려대) 등 U-20 대표팀 선수들, 배우 류준열 등이 참석했다.
신태용 감독은 "축구의 전설인 마라도나가 팬들을 위해 적극적으로 세리머니 하는 모습에 감동했다"라며 "마라도나가 말한 것처럼 즐기는 축구를 해서 좋은 성적을 거두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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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화성행궁 광장에서 열린 `FIFA U-20 월드컵 코리아 2017 조 추첨 기념 레전드 매치`에서 배우 류준열(오른쪽)이 드리블하는 마라도나를 막고 있다. |
팀 마라도나의 주장 마라도나가 3골을 넣었다.
2부 이벤트인' 슛포러브'에선 팀 마라도나가 139-123으로 승리했다.
슛포러브는 과녁에 축구공을 차 점수를 넣는 게임이다.
마라도나가 이끈 승리 팀은 선수들의 이름으로 총 50장의 관람권을 소외 계층에 기증하기로 했다.
마라도나와 아이마르는 15일 대회 조 추첨식에 참가한 뒤 출국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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