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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BC에서도…암 이겨낸 원종현은 건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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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3-10 16:19:01 수정 : 2017-03-10 16:2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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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은 한국 대표팀과 야구팬들에게 상처만 남긴 채 끝났다. 그러나 WBC 3경기에 모두 등판해 대표팀에 기여한 ‘숨은 일꾼’이 있다. ‘인간 승리’의 상징인 NC 사이드암 투수 원종현(30)이다.

사실 대표팀의 가장 큰 스포트라이트는 오승환(35·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이 받았다. 해외 원정도박 파문을 딛고 한 차원 다른 수준의 투구를 보여주며 이미지 회복에 성공했기 때문. 시속 150㎞에 육박하는 전매특허 돌직구와 직구와 궤적이 비슷한 변화구에 상대 타자들은 꼼짝 못하고 당했다. 대표팀이 전체적으로 부진한 상황에서도 오승환만큼은 자존심을 지켜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한국 불펜진에서 릴리프 역할을 훌륭하게 해낸 투수가 바로 원종현이다. 빠른 공을 자랑하는 원종현은 역시 시속 150㎞의 강속구로 대표팀 마운드를 굳건히 지켰다. 이스라엘전에는 1-1로 맞선 7회초 대표팀의 네 번째 투수로 나와 라이언 라반웨이와 타일러 크리거를 각각 뜬공과 땅볼로 처리, 강렬한 국가대표 데뷔전을 치렀다. 다음타자 스콧 버챔에게 안타를 허용하기는 했지만 0.2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았다.

네덜란드전에는 선발투수 우규민(삼성)에 이어 4회말 2사 1루에 등판, 란돌프 오뒤버르를 땅볼로 잡아내 이닝을 끝냈다. 원종현은 5회말을 무실점으로 넘겼지만 6회말 아웃카운트 2개를 잡아놓고도 오뒤버르에게 통한의 2점포를 허용했다. 점수가 0-5로 벌어진 뼈아픈 피홈런. 그러나 이 경험으로 더욱 단단해진 원종현은 대만전에서 8-8로 맞선 8회말 다시 마운드에 올라 1이닝을 삼자범퇴로 막아냈다.

사실 원종현은 이른바 ‘A급’ 선수는 아니지만 김인식호 엔트리가 확정될 때 누구보다 화제가 됐던 선수다. 그의 야구인생이 누구보다 굴곡이 많았기 때문이다. 2006년 LG 트윈스에 입단한 그는 2010년 시즌을 앞두고 1군에서 한 차례도 던지지 못한 채 방출당했다. 고질적인 팔꿈치 부상이 문제였다.

이후 신생팀 NC에서 새 출발했지만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며 재차 방출 위기를 맞았다. 2014년에야 확실한 1군 불펜으로 자리잡으며 꽃을 피운 그는 2015시즌을 준비하던 중 대장암 판정을 받았다. 시련의 연속이었지만 지난 시즌 재활을 통해 1군에 복귀했고, 이번 WBC에선 생애 첫 태극마크까지 달았다.

김인식 감독은 9일 대만전 후 대표팀 감독을 그만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치면서 “젊은 선수가 이번 대회를 통해 많은 걸 느꼈을 거다. 앞으로 젊은 투수가 성장해서 미래를 준비해야 하는 게 아닐까 한다”고 강조했다. 김 감독은 이어 원종현에게 “몸쪽의 공을 잘 던져야 한다. 최소 시속 145㎞ 공을 던져야 한다. 메이저리그 선수도 그건 못 친다”고 각별한 당부를 남겼다.

늦게 기량을 만개했기 때문에 원종현을 신진급 투수라 보기엔 무리가 있다. 나이도 어느덧 30줄에 들어섰다. 그러나 숱한 시련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는 그의 열정은 무기력한 경기력으로 질타 받았던 대표팀 속에서 단연 빛났다. 원종현의 역투는 실패로 끝난 WBC에서 유일한 스포츠맨십으로 남게 됐다.

안병수 기자 ra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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