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태양계 밖에서 지구 크기의 외계 행성을 직접 관측할 수 있는 망원경은 아직 없다. 이번에 발견된 행성은 트라피스트-1이라고 불리는 작고 희미한 별의 둘레를 돌고 있다. 트라피스트-1은 태양 질량의 약 8%밖에 안 되는 붉은색의 작은 별로, 태양보다는 목성 크기에 더 가깝다. 지구에서 볼 때 행성이 별의 앞을 지나게 되면 별빛을 살짝 가리게 된다. 이때 별빛이 흐려지는 정도를 분석하면 행성의 겉보기 크기를 알 수 있다. 그리고 별빛이 흐려지는 주기를 측정하면 행성의 공전 주기를 알 수 있다.
별에 가까운 행성일수록 공전주기가 빠르기 때문에 공전주기를 알면 별과 행성의 거리를 계산할 수 있다. 행성의 실제 크기는 행성의 겉보기 크기와 별까지의 거리를 통해 알게 된다. 행성이 움직이는 동안 중심의 별도 행성의 영향을 받아 조금씩 흔들린다. 달이 지구를 공전하는 동안 지구가 달의 영향을 받아 조금씩 흔들리는 것과 같은 현상이다. 행성의 질량이 클수록 별이 흔들리는 정도는 더 커진다. 결국 행성의 질량은 별이 흔들리는 정도를 정확히 분석해 알아내게 된다.
이렇게 밝혀낸 행성의 질량과 크기를 통해 행성의 밀도를 계산하고, 그 밀도를 기초로 행성의 상태를 알아낼 수 있다. 이번에 발견된 행성은 모두 이런 과정을 거쳐 지구처럼 딱딱한 암석으로 이뤄져 있고, 별로부터의 거리로 봤을 때 생명체가 존재할 수 있는 온도 조건을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행성은 별에 가까운 순서로 b, c, d, e, f, g, h의 알파벳 이름이 붙여진다. 트라피스트-1b가 가장 안쪽의 행성이고 트라피스트-1h가 가장 바깥 행성이다.
그렇다면 이 일곱 개의 행성이 모두 지구처럼 생명체가 살 수 있는 곳일까. 아직까지 밝혀진 것은 없다. 만약 이들 행성에 대기가 있다면 별빛이 대기를 통과할 때 대기 성분에 의해 빛의 일부가 흡수된다. 따라서 대기를 통과한 별빛의 아주 작은 변화를 분석할 수 있다면 행성 대기 속의 수증기와 산소, 메탄가스 등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다. 허블 우주망원경을 포함한 거대한 망원경이 이 작업을 수행하고 있다. 물론 이들 행성에 물과 적당한 대기가 있다고 해도 현재의 과학기술로는 그곳을 찾아갈 수 있는 방법은 없다. 하지만 나사의 이번 발표를 통해 우주에 지구와 비슷한 행성이 무수히 많고, 그 어딘가에 어떤 형태로든 생명체가 존재할 것이라는 것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먼 훗날 인류는 태양계를 벗어나 더 먼 우주로 나아갈 과학기술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시간이다. 그 시간 동안 우리는 지구에 살아야 하고, 따라서 지구를 최대한 잘 가꾸고 보존해야 한다.
이태형 한국우주환경과학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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