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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클로즈업] 강동원, 친일 조상 논란으로 본 역사 인식의 중요성

입력 : 2017-03-02 11:37:02 수정 : 2017-03-02 16:4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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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1절을 전후해 연예인의 역사 논란이 또 불거졌다. 배우 강동원(사진)의 친일 조상이 회자된 이후 강동원 측이 대응에 나서면서 논란을 키운 형국이다.

최근 한 네티즌이 포털사이트 블로그에 강동원의 외증조부를 친일파라고 지목한 모 영화매체의 기사를 링크했고, 이후 강동원 측이 이를 '명예훼손'이라며 포털사이트 측에 게시글 차단을 요청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었다. 

이 네티즌은 지난달 28일 밤 '강동원한테 온 메일'이라는 제목으로 "없는 말 지어낸 것도 아니고 네가 그랬다는 것도 아니고 역사가 기억하는 그대로 왜곡한 것도 없다"며 "그런다고 역사가 달라지진 않아. 은폐하려드는 민족에게 미래는 없는 것과 같다"라고 비판했다.
 
강동원의 외증조부는 이종만(1885~1977)으로, 민족문제연구소 친일인명사전에 등재돼 있다. 이에 따르면 이종만은 일제시대 친일단체 '조선임전보국단'에서 이사를 역임한 사업가로, 평안북도 자성의 금은광구를 소유해 '광산왕'으로 불리기도 했다. 

논란은 과거 강동원이 외증조부를 '예술이셨다'고 칭송한 2007년 인터뷰까지 회자되며 역사 인식 문제로 번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강동원이 외증조부를 "예술"이라고 정의한 것을 두고, 외증조부의 친일 행위를 몰랐을 수 있다고 옹호론을 폈다. 몰랐다는 것이 강동원에게 유리한 해명일까. 몰랐다는 것은 역사에 대한 무지를  꼬집을 만한  논란의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  

연좌제는 위험하다. 단지 친일파의 후손이라는 이유로 잘못된 역사의 책임을 묻는 것은 지나치다는 지적도 타당하다. 하지만 친일잔재 청산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 대한민국 현대사에서 친일의 후손이 경제적, 사회적으로 독립군 자손보다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 것은 부정할 수 없다. 

역사적 뿌리는 본인 선택에 따른 것이 아니다. '금수저'라는 유행어도 그들 입장에서 행운이지만, 부러움 속 시기의 시선은 불운일 수 있다. 행운이든 불운이든 핏줄이라는 뿌리는 부정할 수 없는 성격의 유산이다. 

친일파 청산 문제가 오늘날까지 문제로 지적되고, 일본과 소녀상 문제로 아직 국가간 갈등을 겪는 등 현재 대한민국은 매듭짓지 못한 역사 청산 문제와 마주하고 있다. 잘못된 과거를 인정한 후 반성과 책임의 자세로 오늘에 임하는 것과 자신의 뿌리부터 부정하는 것은 차이가 크다. 

지난해 AOA 설현과 지민은 한 케이블채널 예능프로그램에서 안중근 의사를 알지 못했다는 이유로 비난받았다. 지난해 8월15일 광복절에 전범기 욱일승천기 문양의 게시물을 SNS에 올린 티파니는 출연 중이던 예능프로그램에서 하차하는 등 역사에 대한 무지를 드러낸 대가는 뼈아팠다. 이번 강동원 측 대응은 '명예훼손'이라는 이유로, 부끄러운 역사를 덮기 급급한 모양으로 비난을 키우는 결과를 낳았다. 역사가 쉽게 지워진다면, 잘못된 역사도 쉽게 쓰여질 것이 자명하다. 

정은나리 기자 jenr38@segye.com
사진=한윤종 기자 hyj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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