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지난해 12월 국회 청문회 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미전실 해체를 공언한 지 약 3개월 만의 조치로 더 이상 '삼성그룹' 이름을 쓸 수 없게 됐다.
삼성은 미전실의 기능은 모두 계열사로 이관하되, 대관 조직을 폐지하고 관련 업무도 손을 떼기로 해 총수 구속을 초래한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미전실 해체와 함께 '삼성그룹 2·3인자'로 불렸던 최지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과 장충기 미래전략실 차장(사장)이 사퇴했다.
또 김종중 전략팀장(사장), 정현호 인사팀장(〃), 성열우 법무팀장(〃), 임영빈 금융일류화팀장(부사장), 박학규 진단팀장(〃), 이수형 기획팀장(〃), 이준 커뮤니케이션팀장(〃) 등 7명의 미전실 팀장 전원이 물러났다.
박상진 삼성전자 대외협력부문 사장(승마협회장) 역시 삼성전자와 승마협회에서 모두 물러나고 승마협회에 파견된 임직원들 역시 소속사로 복귀한다.
최 부휘장 등 임원 10명의 사표 수리는 3월 1일 자로 이뤄지며 미전실 소속 임직원 250여명은 3월 1일자로 원소속사나 다른 계열사로 배치된다
이들의 동반 퇴진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뇌물공여 혐의 등으로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구속된 데 책임을 지는 차원으로 알려졌다.
미전실 해체와 각사체제 전환에 따라 앞으로 삼성은 3대 계열사인 삼성전자와 삼성생명, 삼성물산을 중심축으로 유관 계열사들이 함께 주요 사안을 조정하는 방식의 자율경영을 할 것으로 보인다.
권한이 계열사로 넘어가면서 자연스럽게 미전실이 주도했던 그룹 사장단 회의와 연말 최고경영자( CEO) 세미나, 간부 승격자 교육, 신입사원 연수 등의 행사도 모두 없어진다.
그룹 신입사원 공채는 올해 상반기를 마지막으로 계열사별 공채로 전환된다.
미전실은 1959년 창업주인 이병철 선대 회장 시절 비서실에서 출발, 문패를 바꿔가며 60년 가까이 명맥을 유지해왔다.
외환위기 시절인 1998년 구조조정본부(구조본)로 이름으로 바꿨고, 2006년 이른바 'X파일' 사건으로 불법 정치자금 조성과 증여가 드러나자 삼성은 구조본을 축소해 전략기획실로 이름을 바꾸고 규모가 줄었다.
2008년에는 '삼성특검'으로 수조원대 차명계좌 운용 등 불법행위가 드러나 이건희 삼성 회장이 기소된 뒤에는 경영쇄신안이 나오면서 전략기획실도 해체 운명을 맞았다.
그럼에도 막후에서 조정 활동을 이어갔고 2010년 전략기획실을 부활하면서 지금의 미전실로 이름을 바꿔 달았다.
미전실은 전략·기획·인사지원·법무·커뮤니케이션·경영진단·금융일류화지원 등 7개 팀으로 이뤄져 있었다.
최지성 부회장은 이건희 회장 시절인 2012년 미래전략실장에 올라 6년째 미전실을 이끌어왔다.
2014년 이 회장이 쓰러진 후에도 수시로 병실을 찾을 정도로 가까운 사이였다.
이재용의 가정교사'로도 알려진 최 부회장은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지배구조 개편 작업을 주도해온 것으로 전해진다.
장 사장은 최 실장과 호흡을 맞추며 그룹 안팎의 업무를 챙겨왔다.
2009년 사장으로 승진해 삼성브랜드관리위원장을 맡다가 2010년 미래전략실 커뮤니케이션팀장으로 옮겼다.
이듬해 '미전실 차장' 이라는 직책을 새로 만들며 부임해 지금까지 자리를 지켰으며 회사내 대표적인 '전략통'으로 평가 받았다.
박태훈 기자 buckba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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