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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질병예방통제센터(CDC) 홈페이지 등에 따르면 1950년대 초 영국에서 개발된 것으로 알려진 VX의 정식 화학명칭은 N-2-디이소프로필아미노에틸 메틸포스포노티올레트이다. 1997년 발효된 화학무기금지협약(CWC)은 VX를 화학무기로 분류해 100g이 넘는 양을 생산·비축할 수 없도록 하고 있으나 북한은 가입국이 아니다.

VX는 농약으로 쓰이는 메틸파라티온 등 유기인산염 살충제와 작용 방식은 비슷한데 독성이 훨씬 강하고 작용 속도도 빠르다. 영화 더 록(1996년)에서는 미국 서부지역 주민 수만명을 죽일 수 있는 화학무기로 묘사되기도 했다. 1995년 일본 옴진리교 신자들이 도쿄 지하철에 살포해 12명이 죽고 5500여명이 다친 사린가스보다 최소 100배 이상의 독성이 있다.
피부 접촉으로 사망에 이르는 VX 양은 10㎎ 수준이지만 독성 효과는 노출 방식 등에 따라 다르다. 기체 VX에서는 몇 초 안에 증상이 나타나지만 액체 VX에서는 최소 수분에서 최대 18시간까지 증상이 나타나는 시간이 다르다. 김정남이 공격을 받은 뒤 수분 동안 정상적인 모습을 보이다 사망한 것도 이런 이유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여성 용의자 2명이 사망하지 않은 것을 두고 섞이면 VX로 변하는 두 가지 액체를 각각 바른 뒤 차례로 공격한 것이라는 추정도 나온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교수는 이에 대해 “VX는 원료를 단순히 섞는 방식을 통해 만들 수 있는 물질이 아니다”라며 “합성 과정이 상당히 복잡한 물질”이라고 지적했다.
군당국은 북한이 2500~5000t의 화학무기를 비축하고 있으며 탄도미사일 등을 통해 한반도 전역에서 화학전을 벌일 능력이 있다고 보고 있다. 미국의 비정부기구(NGO)인 핵위협방지구상(NTI)은 최근 “북한은 최대 1만2000t에 달하는 화학무기를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것으로 추정된다”며 “사린과 VX 같은 맹독성 신경작용제 생산에 집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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