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래서 내가 일본문화를 알리려고 할 때는 가능한 한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하는데, 그중에서도 제일 많이 이용하는 것이 다도(茶道)다. 차는 중국에서 한반도를 건너온 것이라서 중국·한국·일본에 각각 다도가 있지만 그 방법과 양식은 나라마다 꽤 다르다. 일본 다도에서 차회(茶會)를 열기 위해서 먼저 해야 하는 것은 다실(茶室)에 오기 전에 통과하는 마당을 깨끗이 하는 것이다. 대접받는 손님은 마당을 통과하면서 마음을 가라앉히고 차의 세계에 들어가기 위한 준비를 한다. 다실에 도착하면 작은 문이 있는데 그 문은 한 사람이 들어가는 것도 힘든 정도의 크기다. 옛 무사들이 그곳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허리에 찬 칼을 내려놓고 허리를 굽혀야만 통과할 수 있었다. 이것은 다실에서는 신분차이 없이 모두가 같은 위치, 같은 입장에서 차를 마신다는 의미다. 다실에는 계절을 앞서간 꽃을 꽂으며 글을 골라서 벽에 걸어놓는다. 이렇게 방을 꾸미면 차와 같이 먹는 화과자를 준비하는데 이것도 계절을 느낄 수 있는 예쁜 모양과 맛을 고른다. 주인은 찾아오는 손님을 위해 모든 걸 준비하고 정성을 다해 한 잔의 차를 대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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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코야마 히데코 원어민교사 |
나는 다도를 체험할 때 직접 차를 끓이고 서로 마주 앉아 차를 마시면서 이러한 만남이 일기일회의 만남이라는 것을 전달하고 싶은데 잘 안 된다. 지금 지나가고 있는 순간의 시간은 다시 오지 않는 시간이라는 생각은 지진이나 화산 등 자연재해가 많고 내일은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찰나의 사상이 깊이 배어 있는 일본의 독특한 사상이다. 그런데 정의 나라인 한국에서는 보고 싶으면 다시 보고, 다시 만나서 정을 쌓으면 된다고 여기는 것 같다. 지나가는 순간의 만남을 소중히 하고 보고 또 보고 정을 쌓아가는 것이 ‘한국식 일기일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코야마 히데코 원어민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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