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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아침·저녁 개인 일정은? “케이블 TV 시청과 트위터 관리”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백악관 개인 응접실에 평면 TV를 새로 들였다. 그가 아침에 일어나면 MSNBC방송 프로그램 ‘모닝 조’를 시청하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아침 일찍 시청하는 ‘모닝 조’는 그의 새로운 하루를 알리는 기준이나 마찬가지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모닝 조’ 외에도 평일엔 폭스뉴스의 ‘폭스와 친구들’을 자주 보고, 일요일엔 NBC방송의 ‘미트 더 프레스’와 CBS방송의 ‘60분’에 채널을 자주 고정한다. 뉴스와 시사프로그램에 대한 충성도가 그만큼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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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보 시절 MSNBC방송 프로그램 ‘모닝 조’에 출연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

② 트럼프 대통령, “독서는 시간 낭비, 보고서는 요약본 위주로”
이번에는 온라인 매체 악시오스(Axios)에 보도된 내용을 보자. 잠시 사족 하나. 이 매체는 지난 2월 초 ‘트럼프 효과, 삼성이 미국에 공장 지을 듯’이라는 기사를 게재했던 신생 언론사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고마워요 삼성! 당신과 함께하고 싶다”는 기사를 링크하며 삼성의 미국 투자를 기정사실화하는 발빠른 행보를 보였다.
악시오스의 보도 내용에 따르면 당선자 시절 그는 뉴욕타임스와 뉴욕포스트, 월스트리트저널 등을 자주 들춰보았다고 한다. 물론 대충 주요 기사를 살펴보는 형식으로 신문을 봤을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독서에 대한 생각은 어떠할까.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 창립자 짐 벤더하이와 마이크 알렌이 당선자 신분의 트럼프에게 물었다. 그들은 트럼프에게 어떤 책들을 읽고 있는지를 묻고, 책을 추천해 달라고 했다. 트럼프가 책을 추천하지 않자, 이번에는 특정 도서를 가리키며 질문했다. 이들은 웨스트조지아대 명예교수인 존 펄링의 저서 ‘아담스와 제퍼슨’을 가리키며 물었다. 대화 진행은 이랬다. “추천할 만한 책인가.→아니, 추천하지 않겠다.” 추천도서를 말해달라고 계속 부탁하지만 답은 나오지 않았다. “추천할 만한 책이 있나→책은 많다. 난 책 읽기 좋아하는데 요즘엔 시간이 없다. ‘CNN 북(book)’에서 나온 책들도 있다.” 그가 말한 책은 CNN방송이 지난해 대선과정을 개괄적으로 정리한 책 ‘전례없는 일, 모든 것을 바꾼 선거’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때 성경을 최고의 책으로 꼽았지만, 일반적인 양서를 추천하지는 못한 것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추천한 책이 ‘트럼피즘’에 대한 책이라는 점이다. 아웃사이더 후보였던 트럼프의 등장과 당선을 주요 내용으로 해서 사실상 자신에 대한 내용을 담은 책을 추천한 것이다. 온라인매체 허핑턴포스트는 트럼프 대통령이 줄곧 ‘거짓 언론’이라고 비난했던 CNN에서 출간한 책을 읽고 있다는 것도 웃기는 일이라고 평가했다. 그나마 그는 트위터에서 곧잘 자랑했던 자신의 저서 ‘거래의 기술’도 추천하지 않기는 했다.

③전직 대통령들과 비교하면 지적 호기심도 약해
그렇다면 저술 활동은 어때했을까.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거래의 기술’ 등 여러 권의 책을 내놓았다. 바쁜 그가 직접 저술하지는 않았어도 구술은 했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추론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책들은 대체로 ‘백만장자처럼 생각하라’거나 ‘어떻게 하면 부자가 될 수 있나’에 방점을 두고 있다. 대통령 임기를 마친 뒤 그가 내놓을 책은 어떤 내용을 담을지도 궁금하다. 아마도 세계와 상대했던 경험을 녹여 ‘거래의 기술’을 개정하거나 ‘거래의 기술’ 버전 2.0 정도의 책도 출간이 가능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후보 시절 “나는 상식을 지녔고, 기업 경영 능력으로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그는 그러면서 “그들(전문가들)은 나무만 보고 숲을 보지 못한다”며 전문가들의 식견마저 부정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달리 일부 전직 대통령은 학문적 성향도 보였다. 우드로 윌슨 전 대통령은 뉴저지 주지사로 당선되기 전에 프린스턴대 총장이었으며, 드와이트 아이젠아워 전 대통령은 콜롬비아대 총장이었다.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은 외교정책에 관한 글을 썼으며,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시카고대에서 법학을 가르쳤다. 학문적 취향이 대통령직 수행 성공 여부와 비례관계는 아니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사고방식은 학문적 취향이 도드라졌던 이들과 차이가 난다.
복잡한 이슈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한 판단은 대통령의 기본 자질의 하나이다. 독서가 정책 결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상식이다. 대통령학 권위자인 데이비드 그린버그 럿거스대 교수는 정책 결정과 관련해서, 역대 미국 대통령을 두 부류로 나눈다. 그에 따르면 버락 오바마, 빌 클린턴, 조지 HW 부시, 지미 카터,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은 정책적인 결정을 내리기 전에 광범위한 자료를 섭렵하는 부류에 포함된다. 반면 조지 W 부시, 로널드 레이건, 드와이트 아이젠아워 전 대통령은 구두보고와 짧은 메모를 통한 이슈 파악을 선호했다. 아메리카대학의 알랜 니히트만 교수는 “린든 존슨과 워런 하딩 전 대통령은 전문가들을 아예 비웃었는데, 트럼프 대통령은 정도가 심하다”며 “그는 역사적인 기준점이 없기 때문에, 우리는 아마 특정 이슈에 대해 그가 이리저리 변하는 것을 지켜보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폭넓은 상식과 깊은 사색이 없으면 즉흥적인 반응으로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기 힘들 수도 있다는 이야기이다.
④ 시민단체, “트럼프 대통령, 책 좀 읽으시지.”
워싱턴포스트는 13일 트럼프 대통령이 TV에 몰두하고, 독서를 등한시한다며 재미있는 내용을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보좌관들은 그가 TV 시청에 빼앗기는 시간을 줄이도록 노력하고 있는데, 그나마 낮 시간에는 효과가 있지만 밤에는 소용이 없다고 했다. 워싱턴포스트의 취재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공식 업무를 끝낸 뒤에는 오히려 전화를 끄고 CNN를 시청한다고 전했다. 그가 ‘거짓 뉴스’라고 공박하는 채널의 방송을 시청하는 것이다.

마침 시민단체 ‘책 읽는 사람이 곧 지도자(Readers are Leaders)’는 14일 밸런타인데이를 맞아 ‘백악관을 책으로 뒤덮자’는 운동을 전개해 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독서를 통해 건강한 상식과 지식을 쌓으라는 취지의 운동이다. 고대 철학자 르네 데카르트가 남긴 말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답을 줄 수 있을까. “좋은 책을 읽는 것은 과거 몇 세기의 가장 훌륭한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과 같다.”
워싱턴=박종현 특파원 bal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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