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상도 그러할까. 일본에서는 막연한 두려움에 금전 문제를 핑계 삼아 결혼을 기피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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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은 안 하는 게 아니라 못 하는 겁니다.' 이렇게 말하는 남성은 핑계를 대고 있다는 주장이 일본에서 제기됐다. TBS 캡처 |
일본의 국립사회보장·인구문제 연구소가 지난 2015년 조사한 '출생 동향 기본조사'를 보면 결혼 적령기인 18~35세의 여성 89%, 남성 88%가 "결혼하겠다"고 각각 응답했다.
이들은 결혼의 장점으로 가장 많은 수가 '아이와 가정을 가질 수 있다'고 꼽았다.(남성 35.8%, 여성 49.8%) 이 응답은 지난 1987년 조사 때부터 줄곧 결혼의 장점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다만 남성들 사이에서는 2000년을 전후해 '아이와 가정'보다 '부모나 주위의 기대에 부응한다'는 응답이 증가하는 추세다.
여성 역시 마찬가지 흐름을 보이지만, '경제적인 여유를 가질 수 있다'(20.4%)는 의견도 꽤 됐다. 결혼과 함께 금전적인 여유를 기대하는 남성이 5.9%에 그친 것과 대비된다. 게다가 최근 들어 이런 기대를 드러낸 여성의 수가 급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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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국립사회보장·인구문제 연구소가 지난 2015년 조사한 '출생 동향 기본조사' 결과를 담은 그래픽. 이 조사에서 결혼의 장점으로 '아이와 가정을 가질 수 있다'는 응답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자료=국립사회보장·인구문제 연구소 |
독신 생활의 장점으로 남녀 모두 '행동과 삶의 자유', '금전 부담이 없다', '가족 부양책임이 없다' 순으로 응답했는데, 이런 경향은 1987년 이후 거의 변화가 없다.
이들 미혼남녀가 꼽은 결혼의 장점에서는 극명한 남녀 간 시각 차가 보여진다. 여성들은 최근 들어 경제적인 여유를 가장 많이 꼽고 있으나 남성 중에서는 이런 응답을 찾아볼 수 없다. 일본 남성은 경제적인 부담을 두려워해 결혼에 소극적인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이처럼 자신을 위해 돈을 쓰고 싶어 결혼까지 미루는 남성과 여태껏 쌓은 사회적 관계를 포기해도 좋을 정도의 경제적인 여유가 생기지 않는 한 굳이 웨딩마치를 올릴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여성 간 결합이 쉬울 리 없다. 여성이 일본 결혼 시장에서 남성의 연봉에 집착하는 것도 이런 세태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남성 입장에서 이런 여성과 결혼해 누릴 수 있는 장점은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닐 터다. 과거와 달리 일본에서는 결혼하지 않은 남성도 사회에서 신용을 잃지 않는다. 나아가 결혼했다고 해서 생활이 편해진다는 보장도 없고, 가사를 분담해야 하는 등 되레 번거로운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 경제적으로나 일상의 여유에서나 자신을 희생하면서까지 결혼에 매달릴 이유가 없는 남성들은 독신인 지금이 좋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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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국립사회보장·인구문제 연구소가 지난 2015년 조사한 '출생 동향 기본조사' 결과를 담은 그래픽. 독신자가 꼽은 결혼의 장점을 보여주고 있다. 최근 여성들은 경제적인 여유를 가장 많이 꼽고 있다. 자료=국립사회보장·인구문제 연구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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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신이 아니더라도 남성들은 가끔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고 싶어 한다. 후지TV 캡처 |
금전적인 문제가 결혼을 방해하는 요인으기는 하지만, 필요충분조건으로 지목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지난해 사회단체 '솔로 남성 프로젝트는' 20~50대 남녀 1020명을 대상으로 결혼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을 물었다. '돈'이라고 답한 이는 독신 남성이 25%, 여성이 37%에 각각 그쳤다. 기혼 남성은 11%, 여성 17%에 불과했다. 금전 문제로 결혼을 못하겠다고 푸념하는 남성이라면 눈여겨볼 만한 여론조사 결과라 하겠다.
싱글 연구가 아라카와 히사는 "결혼 전에는 이상적인 조건이나 바람 등에 휘둘리지만, 현실과 이상의 균형을 맞춰 결혼한 뒤에는 돈보다는 새로운 가족을 꾸린 데서 얻는 안정감 등을 중요하게 생각하게 된다"며 "결혼을 두고 득과 실을 따지며 두려움에 빠진 나머지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게 남성들의 결혼을 가로막는다"고 지적했다.
■ 남들과 비교하지 말라
사실 결혼을 못 하는 이유가 경제적인 점과 무관하다고 볼 수는 없다. 실제 급여가 낮은 남성들의 미혼율이 높은 것 또한 사실이다. 하지만 이러한 점에만 초점을 맞추다 보면 결혼에 지레 겁먹게 되고, '독신으로 살래'라며 포기한다는 게 아라카와씨의 분석이다.
주변을 둘러보면 자신과 경제 형편에서 큰 차이가 없는 동료나 친구도 결혼에 '골인'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될 것이다. 아라카와씨 말마따나 결혼을 두고 막연한 두려움에 빠져서는 안 된다, '할 수 없다', '무리다'라고 자포자기하면 영원히 못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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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과 같은 신혼생활이라면 즐겁지 않을까. TBS 캡처 |
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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