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4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싶다'에서는 8개월 전 숱한 의문만 남긴 채 흔적도 없이 사라진 신혼부부의 행방을 추적했다. 연극배우 최성희씨는 2016년 5월 늦은 밤 혼자 승강기를 타고 집으로 들어갔고, 다음날 새벽 3시 남편 김윤석(가명)씨 역시 귀가했다.
귀가 당시 CCTV에 담긴 부부의 모습으로 미뤄 부부가 집으로 돌아온 건 분명한데, 부부가 집을 빠져나간 모습은 CCTV에 잡히지 않았다. 부부가 탔던 승용차도 그대로였다.
당시 실종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자기 아들이 연락도 없이 출근을 안했다고 했다. 자살하는 사람은 유서를 써놓는데 유서는 없었다"고 밝혔다. 당시 부부의 집은 밥을 먹고 사라진 듯한 모습이었고, 설거지도 하지 않은 채 급히 집을 나간 것처럼 보였다. 최씨가 자식처럼 아꼈던 강아지를 두고 사라졌다는 점도 이상했다.
제작진은 부부의 이동경로에 대해 CCTV 사각지대로 흔적을 남기지 않고 아파트를 빠져나간 것으로 추정했다.
두 사람은 2015년 11월21일 결혼식을 올리며 부부가 됐다. 부부 사이에 불화는 없어 보였고, 최씨는 극단에 임신 사실을 알리기도 했다. 최씨의 친구는 "몸이 안 좋아보였다"고 밝혀 유산 가능성도 제기된 상황이다. 당시 건강이 좋지 않은 최씨가 CCTV를 피해 밖으로 나간 이유에 의혹이 일었다.
부부의 실종 무렵 남편 김씨는 동업자에게 "한동안 일을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남편 동업자는 "'무슨 사건이 해결돼야 한다'며 돌아와서 말해주겠다고 했다"고 당시 기억을 떠올렸다. 또 극단 관계자는 최씨로부터 "약을 먹어서 병원이다. 공연할 수 없다"고 밝힌 문자를 받았다고 털어놨다. 극단 관계자는 평소 최성희가 구사한 문자 어투와 달랐고, 몸 상태에 비해 정확한 문장에 의구심을 드러냈
다.
여기에 남편 동업자는 "김씨가 휴대전화 2개를 썼다"며 김씨의 오랜 첫사랑 윤미진(가명)씨와 연락하는 휴대전화가 따로 있었다고 밝혔다. 두 사람은 집안 반대로 헤어졌고, 윤씨는 다른 남자와 결혼했다. 결혼 후 김씨에게 접근한 최씨는 결국 헤어졌고, 최씨에게 우울증이 찾아왔다. 이런 상황에서 김씨는 최씨와 결혼했다. 윤씨는 자신의 불행이 두 사람의 결혼 때문이라며 최씨를 협박해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윤씨의 협박은 두 사람이 결혼을 2개월 앞둔 시점부터 시작됐고, 결혼 후에도 지속됐다. 최씨 친구는 "두 사람의 결혼을 용납할 수 없고, 결혼하면 다 엎어버리고 가만 놔두지 않겠다고 했다"더라며 윤씨의 연루 의혹을 제기했다.
윤씨는 지난해 5월 초 귀국했고, 뒤늦게 귀국한 남편과 출국 예정일을 2주 앞당겨 6월 초 출국했다. 제작진은 윤씨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외국으로 건너갔지만 만날 수 없었다. 한국어를 할 줄 아는 윤씨 남편은 제작진의 전화에 영어 대화를 고수하며 "전혀 아는 바 없으며, 더는 연락하지 말라"고 인터뷰를 거절했다.
남편 김씨의 부모 행동도 의심을 샀다. 김씨는 6월2일 새벽 아버지에게 "괜찮다"는 짧은 문자를 보냈다. 발신지는 부산 기장군이었다. 이후 최씨의 휴대전화는 시어머니 임씨의 서울 집 근처에서 끊겼다.
임씨는 아들 부부가 실종된 이후 이사를 가 의문을 불러일으켰다. 임씨는 "작년 7월말 (이사)했다. 경찰들도 다 오해한다. 내가 은신처를 마련해 숨겨주지 않았나 생각할 거 같다"며 "난 어디 잘 있을 거라고 믿는다. 그래야 생활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 제보자는 "실종사건 3개월 뒤 한 중년 여성이 며느리 약을 타고 싶다며 주민등록번호를 입력했더니 실종신고된 사람과 동일인이었다"고 밝혔다. 병원을 찾은 중년 여성은 남편의 큰어머니였다. 남편의 아버지는 "약을 탄 게 아니라 병원에 온 사실이 있는지 알아본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씨의 친구는 "맨처음 아버님이 신고했는데 당시 방송국에 연락하고 싶다고 나설 정도로 적극적이었다. 그러다 생각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최씨의 어머니는 딸 부부의 실종을 5일간 알지 못했다.
최성희씨 부부 실종사건의 석연찮은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관심이 치솟고 있다.
정은나리 기자 jenr3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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