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아들이 군대에서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들과 2년 가까이 힘들게 훈련하는 모습을 보며 가슴아파하는 부모들을 흔히 볼 수 있다. 귀하게 키운 아들을 춥고 험한 곳으로 보내고 싶은 부모가 어디 있겠는가. TV에서 군 내 구타, 자살, 사고, 성추행, 탈영, 가혹행위 뉴스가 나올 때마다 부모들이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아들이 좋지 않은 생각을 품지 않고 무사히 제대할 수 있다면 무엇이든 하고 싶은 것이 부모 마음이다. 언제 어떻게 해야 아들의 고충을 덜어줄 수 있을까.
◆ 입대 초기부터 관심 가져야 하는 이유
부모들이 군에 입대한 아들을 가장 신경써야 할 시기는 입대 직후인 훈련병~이병 시절이다. 이때 관심을 기울여야 자살, 탈영 등 사건 사고를 예방할 기회를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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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산훈련소에 입소한 훈련병이 교관이 지시에 따라 수류탄을 투척하고 있다. 육군 제공 |
힘겹게 신병 훈련을 마치고 부대에 배치된 이병은 말 그대로 갓난아이와 같다. 전투복은 입었지만 군대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없고, 훈련소 생활에 미처 적응하기도 전에 부대 배치를 받았기 때문에 선임병들이 말하는 ‘어리바리 이등병’인 셈이다. 사회에서 공부도 운동도 잘하던 청년이 군에 입대해 전투복에 이병 계급장을 붙이고 있으면 생활관 내 화장실도 혼자서 찾아가지 못하는 바보가 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새하얀 백지 같은 정신적 상태에서 이병들은 “군인은 군인다워야 한다”며 그에 맞는 자세와 태도를 갖추도록 요구받는다. 군인정신이 주입되는 것이다. 병장이 주머니에 손을 넣고 삐딱한 자세로 서 있으면 큰 문제가 안되지만 이병이 같은 행동을 하면 “군인답지 못하다”는 이유로 ‘폭풍갈굼’이 쏟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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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0월1일 국군의날 기념식에서 장병들이 구령에 맞춰 행진하고 있다. |
◆ 입대한 아들의 부대 환경도 생각해야
윤일병 사건 직후 군 당국은 병영문화혁신 대책을 통해 병영 악습을 뿌리뽑기 위한 작업을 지속하고 있다. 처벌 수위가 대폭 올라간 것은 물론 인권의식 강화와 교육 등을 통해 가혹행위를 차단하려는 노력도 강도높게 진행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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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군 초계함에서 미스트랄 대공미사일을 발사하고 있다. 해군 제공 |
군부대에서 사건 사고가 발생할 위험이 높다고 거론되는 곳은 휴전선 일반전초(GOP)와 해안선 경계부대들이다. 휴전선 경계와 해안 감시 임무를 맡고 있는 부대들은 24시간 눈을 번득인 채 전방을 주시하며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한다. 경계에 실패하면 엄청난 후폭풍에 직면하기 때문에 두려움도 크다. 따라서 정신적 피로가 다른 부대에 비해 높다. 밤과 낮이 뒤바뀐 채 생활하는 경우도 잦은데다 부족한 인원으로 많은 과업을 수행해야 하기 때문에 육체적으로도 힘들다. 정신적, 육체적 스트레스가 쌓이면 짜증도 늘어난다. 여기에 임무 수행에 사용하는 총과 실탄, 수류탄은 잘못 사용하면 지난 2014년 일어난 22사단 GOP 총기난사 사건처럼 끔찍한 사건을 일으키는 도화선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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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군 군견대회에서 군견을 훈련시키는 모습. 공군 제공 |
◆ 말 한마디, 눈 마주침 한번이 큰 사고 예방한다
아들이 몸 성히 군 복무를 마치려면 부대 간부들의 성실한 관리가 최우선이다. 그러나 학교 시험 성적이 선생님만의 책임이 아니듯 자녀의 군 생활도 부모하기 나름이다.
우선 아들이 복무하는 부대가 사고 예방을 위한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는가를 확인해야 한다. 지휘관이 병사들을 잘 상담하고 있는지, 선임병이나 동료들이 서로를 잘 챙겨주고 있는지, 전화나 인터넷 PC 사용은 자유로운지 등을 유심히 살펴보고 유사시 지휘관을 도와줄 준비를 해야 한다. 부대 개방행사에 참석해 복무 환경을 둘러보고 지휘관을 면담하면 더욱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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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확성기에 설치된 위장망을 제거하는 육군 장병들. 육군 제공 |
부모의 역할이 가장 큰 경우는 군대 간 아들이 입대 전 사회에서의 문제로 힘들어할 경우다. 기자가 군복무하던 시절 부대에서는 여자친구가 “우리 헤어져”라며 이별을 통보해 매일 밤 울던 이병, 친구의 배신으로 입대 전 일용직을 하며 모았던 돈을 모두 날려 세상을 저주하며 살던 일병 등이 있었다. 이런 경우는 지휘관이나 선임병들이 해결하기 어렵다. 입대 전 상황을 잘 아는 부모의 도움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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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지상군 페스티발을 찾은 어린이들을 전차병이 전차에 태워주고 있다. 육군 제공 |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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