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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철 군 장병들의 일과, 눈 치우기는 어떻게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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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1-27 12:00:00 수정 : 2017-01-27 10:4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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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육군 8군단 특공대대와 화생방중대 대원들이 양양 전통시장에서 제설작업을 하고 있다. 육군 제공
추운 겨울 한파가 들이닥치면 함께 찾아오는 손님이 바로 눈이다. 온 세상을 하얗게 덮는 눈이지만 시간과 장소에 따라 눈을 맞는 감정은 크게 달라진다. 연인과 함께 길을 걷다가 첫눈을 맞으면 그만큼 기쁘고 로맨틱한 일은 없을 것이다. 크리스마스를 맞아 눈을 맞으며 데이트를 하는 것도 서로의 애정을 돈독히 할 수 있는 방법이다.

반면 군 복무 도중 폭설을 맞게 되면 눈은 더 이상 눈이 아니다. 몇 년 전 공군 홍보영상 레 밀리터리블에 등장한 대사처럼 ‘하늘에서 내리는 폐기물’일 뿐이다. 특히 일요일 같은 휴일에 눈이 오면 휴식을 취할 시간도 없이 제설작업에 나서야 한다. 최악의 사태는 크리스마스에 실시하는 제설작업. 사회에서는 화이트 크리스마스라며 좋아했을 눈이지만 군대에서는 두 번 다시 쳐다보기도 싫은 쓰레기가 되어버린다.

좋든 싫든 눈이 내리면 그것을 치워야 하는 게 군인이 해야 할 일. 겨울철 군인들이 군부대에 쌓인 눈을 치우는 방법에는 무엇이 있을까.

◆ “활주로 제설은 내게 맡겨라!” 공군 SE-88 ‘마징가’

24시간 비상 대기태세를 유지하면서 언제든 출격준비를 갖춰야 하는 공군 기지에서 눈은 겨울철 작전수행의 방해물이다.
20일 폭설이 내리면서 공군 18전투비행단 소속 SE-88이 활주로 제설작업에 동원됐다. 공군 제공

최대한 빠른 시간 안에 눈을 치워야 하지만 넓은 활주로를 공군 장병들이 삽과 빗자루만으로 치우려면 하루 종일 제설작업을 해야 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공군이 운영하는 장비가 SE-88, 일명 ‘마징가’다. SE-88은 Snow Equipment의 첫 글자와 장비가 처음 등장한 1988년을 조합해 만들어진 이름이다. 퇴역한 F-4, F-5 전투기의 엔진을 활용한 SE-88은 중형과 소형으로 구분된다. 크기가 워낙 크다보니 군에서는 ‘마징가’라고 불린다. 마징가는 항공기의 제트엔진 바람과 열을 이용하여 눈과 얼음, 이물질을 날려버린다. 바람온도가 약 400℃의 고열이라 눈 덮인 도로를 말려서 눈을 치운 이후에도 얼어붙는 일이 없도록 하고 있다. 일반 제설장비로는 18시간 이상 걸리는 작업을 40여분 만에 수행할 수 있다.

언뜻 보면 공군 기지에 근무하는 장병들은 제설작업이 편한 것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SE-88과 다른 중장비들이 진입하지 못하는 곳은 장병들이 직접 빗자루와 삽으로 눈을 치워야 한다. 제설작업은 어디서든 장병들의 빗자루로 마무리되는 셈이다.

◆ “중장비, 염화칼슘만 있어도 행복해요”

SE-88과 같은 제설장비의 혜택을 입을 수 있는 곳은 전 군에서 극히 제한적인 몇몇 공군기지뿐이다. 그 외에 대다수의 부대들은 ‘문명의 이기’를 맛보기 어렵다.
21일 8군단 공병대 소속 제설장비가 양양군 현북면 일대에서 제설작업을 벌이고 있다. 육군 제공

이같은 상황에서 등장하는 중장비는 장병들에게 구세주나 다름없다. 군에서 제설작업에 주로 동원되는 중장비는 5t 트럭 전면에 눈을 밀고 쓸어주는 스노우 플로어를 장착한 것이다. 차체가 다른 트럭에 비해 무겁고 엔진 힘도 세서 눈길에 미끄러지지 않고 제설작업을 할 수 있다. 강원도 등 눈이 많이 오는 지역의 제설작업 대민지원을 위해 출동하는 군 제설장비 중 하나이기도 하다. 이외에 공병대에서 사용하는 그레이더 등도 제설작업에서 가끔 볼 수 있다. 한데 쌓인 눈을 치우는 과정에서 포크레인도 종종 눈에 띤다.

염화칼슘도 장병들의 노고를 덜어주는 반가운 존재다. 뿌리기만 하면 화학작용을 일으켜 얼음도 녹이는 염화칼슘은 제설작업의 든든한 지원군이지만 양이 넉넉지 않아 제한적으로 쓰인다.

◆ 장비가 없으면 빗자루와 삽으로

중장비도 염화칼슘도 없으면 남은 것은 장병들의 ‘노가다’뿐이다. 제설도구를 들고 병영 밖으로 나가 작전도로에 쌓인 눈을 치우고 또 치운다. 도로 제설작업이 끝나면 연병장과 생활관 주변을 치운다. 며칠 걸려서 눈을 다 치우면 또 다시 눈이 내린다. 이러한 과정을 몇 번 거치면 눈은 반가운 존재가 아닌, 말 그대로 ‘원수’가 된다.
중장비가 없으면 손으로 눈을 치워야 한다. 장병들이 제설작업을 싫어하는 가장 큰 이유다. 육군 제공

장병들이 제설작업에 주로 쓰는 도구는 빗자루다. 쌓인 눈을 쓸어서 치우는 빗자루는 녹색 솔을 사용한다. 손잡이 부분이 길어 허리를 많이 숙일 필요가 없다. 예전에 나뭇가지를 묶어 사용했던 싸리비보다 그 성능(?)이 월등하다.

눈을 한 곳으로 모으는데 사용하는 넉가래도 자주 쓰인다. 땅에 대고 밀면 눈을 제거할 수 있어 언뜻 보면 쉽지만 눈이 쌓일수록 무게가 무거워져 전진하는데 애를 먹는다. 넉가래를 밀다가 눈에 가려져 보이지 않는 돌부리에 걸리면 엄청난 고통이 전달된다. 그러다 보니 넉가래가 자주 부서지기도 한다.

얼음이 언 곳은 삽으로 깨기도 한다. 삽 끝으로 얼음을 깬 후 조각을 모아 버린다. 가끔 얼음 조각이 튀어오르는데 눈을 찌르는 줄 알고 아찔했던 경험을 예비역들은 갖고 있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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