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양은 정말 독서실에 가고 싶었을까. "그런 건 아니다"라고 속내를 털어놓은 박양은 외종·이종사촌과 맞닥뜨려야 하는 ‘어색함’이 싫다고 토로한다. 또래 언니, 오빠라 예전에는 잘 지냈는데, 어느 새부턴가 '보이지 않는 벽'이 생겼다고 한다. 이제는 어울리지 못하고 혼자 방에서 컴퓨터나 휴대전화를 보는 게 명절 일상의 전부가 됐다.
박양은 “이유를 잘 모르겠지만 1년에 몇 번 만나지 않다 보니 언니, 오빠들과 사이가 어색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른 사람들도 그런 경험이 있지 않겠느냐”고 되물었다.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박양과 비슷한 고민을 담은 게시물이 눈에 띈다. “집에 어색한 친척들이 오면 어떻게 하느냐”, “친척과 친한 분들이 부럽다”, “매번 외지 손님 느낌이 든다”, “명절인데 말을 거의 하지 않아 입에서 단내가 날 것 같다” 등 ‘숨 막히는 어색함’을 걱정하는 글들이 쏟아진다.
이모(24)씨도 같은 처지다. 또래 친척에 어쩔 수 없는 거리감을 느낀다고 한다.
어린 시절 같이 뛰놀았던 형, 누나 그리고 동생이었지만 점점 나이가 들고 왕래도 뜸해지면서 명절 때나 보니 '남 같다'는 것이다. 성인들인 만큼 술로 분위기를 띄워 어색함을 달랠 수 있지 않겠느냐고 조언해주는 이도 있지만, 그는 "대학 신입생도 아니고 매번 술로 친해져야 하는 현실이 웃기지 않느냐"고 되물었다.
카카오톡에 친척 이름이 뜨지만 연락한 적도 없다. 딱히 할 이야기가 없어서라고 한다. 이씨에게 친척은 만나도 할 말이 없고, 만나지 않아도 할 말이 없는 관계인 셈이다. 그가 "혹시 나만 그런 것이냐"고 물어온다면 여러분은 뭐라고 답할 것인가?
이들이 설 연휴를 어떻게 보내고 있을지 궁금해진다.
친척 간 드문 왕래가 빚은 어색함은 이들만 느끼는 것은 아닐 터다. 자주 마주치지 않으니 마음의 벽이 생기고, 일상을 공유할 기회가 거의 없어 오랜만에 만나더라도 말 꺼내기부터 쉽지 않을게다. 신학기 들어 새로 친구를 사귀거나 새 직장에서 낯선 이들을 마주할 때 겪는 일도 이와 다르지 않다.
나은영 서강대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연락을 지속하지 않았던 기간이 길수록 친척 사이 대화 틀이 될 공통기반이 줄어든다”며 “이야기 물꼬를 트는 일부터 어려움을 느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어색함을 해소할 수는 없을까.
나 교수는 “상대 경험과 관련해 공유한 부분이 많다면 오가는 말이 적더라도 대화가 쉽게 이어진다”며 “공통기반을 넓힐 일반적인 이야기부터 가볍게 시작하는 게 어색함을 허물고 매끄러운 대화를 이어가는 데 도움을 준다”고 덧붙였다.
이어 “상대의 말을 들어주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경청만 잘해도 자연스레 공통기반이 커지고 서로 이해도 깊어져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눌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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