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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앉아도 된다'vs '비워둬야한다'…임산부 배려석 논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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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1-15 10:10:00 수정 : 2017-01-15 14:5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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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산부 배려석
‘비워둬야한다’ VS ‘앉아도 된다’

최근 인터넷에서는 때아닌 ‘임산부 배려석’ 논쟁이 뜨겁다. 논란이 시작된 곳은 뜻밖에도 한 아이돌그룹의 사진이었다. 한 네티즌이 지하철에서 아이돌그룹 ‘세븐틴’의 멤버 두명을 봤다며 사진을 찍어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올렸는데, 그중 한명이 임산부 배려석에 앉아있었던 것이다.
아이돌그룹 세븐틴의 멤버가 지하철 임산부 배려석에 앉은 사진이 화제가 되면서 임산부 배려석에 대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을 본 일부 네티즌들이 ‘임산부 배려석은 앉으면 안된다’는 댓글을 달았고, 이에 또다른 네티즌들은 ‘앉아있다가 비켜주면 된다. 앉는것 자체는 문제가 없다’고 맞서면서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서울시는 2013년부터 지하철 객차 한칸 당 2좌석을 임산부 배려석으로 운영해오고 있다. 통상 객차 한칸 당 좌석은 총 54개고, 노약좌석을 제외한 일반석은 42석이란 점을 고려하면 임산부 배려석이 전체 좌석의 3.7%, 일반석의 4.8% 가량을 차지하는 셈이다. 고작 5%도 안되는 수치지만, 임산부 배려석은 설치 후 끊임없는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임산부 배려석은 초기에는 좌석 뒤쪽 벽면에 스티커를 붙인 구조였으나 승객이 자리에 앉으면 스티커가 가려져 임산부 배려석임을 알기 쉽지 않다는 의견이 많았다. 이에 서울시는 2015년 7월부터 좌석을 분홍색으로 바꾸고, 바닥에도 분홍색 스티커를 붙여 임산부 배려석을 눈에 띄는 디자인으로 바꿨다. 임산부 배려석임을 한눈에 알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서울메트로에서 나눠주는 임산부 가방 고리

분홍색으로 좌석을 바꾼 뒤 임산부 배려석에 대한 인지도는 크게 높아졌지만, 그만큼 운영방식에 대한 논란도 거세졌다. 관련 민원도 급증하고 있다. 15일 서울메트로 등에 따르면 2014년부터 2016년 9월까지 서울메트로와 서울도시철도공사에 접수된 임산부 배려석 이용에 대한 민원은 339건에 달했다. 임산부 배려석에 대한 홍보가 부족하다는 민원도 많지만, 운영 자체에 불만을 품은 민원도 있다.

일반인들은 임산부 배려석을 이용해도 되는 것일까? 이와 관련해 정해진 규정은 없다. 서울메트로 등은 임산부에게 양보할 것을 권장하고, ‘임산부 배려석 비워두기’ 캠페인을 펼치기도 하지만 말 그대로 ‘배려석’이다보니 강제성은 없다. 도입한지 얼마 안 돼 아직 사회적으로 합의된 의견도 없다보니, 이번 아이돌멤버의 사진처럼 이슈가 될때마다 이를 둘러싼 의견이 팽팽히 맞서는 형국이다.

‘앉아도 된다’는 측은 자리를 비워놓는 것이 비효율적이라는 입장이다. 누구든 앉아있다가 임산부가 보이면 일어서면 된다는 것. 직장인 김모(32·여)씨는 “임산부가 없는데도 자리를 비워놓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며 “말 그대로 ‘배려석’인데 양보를 강제하는 분위기가 되면 오히려 임산부에 대한 반감이 생겨 양보하려는 사람이 더 줄어들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앉지 말아야한다’는 측은 임산부석에 이미 누군가 앉아있을 경우 임산부가 양보받기 힘든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한다. 특히 초·중기 임산부들은 육안으로 티가 나지 않기 때문에 임산부인지 알아보기 힘들다는 것. 서울메트로는 초·중기 임산부들을 위해 임산부임을 알리는 가방 고리 등을 나눠주고 있지만, 이에 대해 모르는 사람이 많아 사실상 효과가 크지 않다. 임신 5개월째인 김모(32)씨는 “가방에 임산부 고리를 달고 다니지만 자리 양보를 받아본 건 손에 꼽힌다”며 “배려석에 누군가 앉아있어도 양보해달라고 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직장인 이모(38)씨는 “자리가 없어도 노약자석은 잘 앉지 않듯이 임산부석도 되도록 앉지 않으려고 한다“며 “임산부석이 많다면 문제가 되겠지만 객차 하나당 고작 2석인데, 2석이 모자란다고 해서 크게 불편을 느끼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산부석 운영 자체에 반대하는 의견도 있다. 임산부석이 있어서 오히려 다른 좌석에서 양보받는 것이 더 힘들다는 것이다. 임신 7개월째인 양모(28)씨는 “임산부석이 있으니 다른 곳에 앉기가 눈치 보이기도 한다. ‘일반 좌석은 굳이 양보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은 것 같다”며 “전 좌석이 배려석이라는 인식이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미 노약자석이 있는데 일반석에 임산부 배려석을 따로 만들 필요가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대학생 신모(24)씨는 “임산부는 노약자석을 이용하면 되는데, 노약자석에 앉기가 힘들어 일반석에 임산부 배려석을 만든 것 아니냐”며 “노약자석을 노인만 이용하는 것이란 인식 자체를 바꿔야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실제 임산부들이 이용하는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임산부 배려석과 관련한 불만 글이 줄을 잇는다. 노약자석은 눈치가 보여 이용하지 못하고, 일반석은 양보받기가 어려워 지하철 이용이 힘들다는 것이다. 특히 노약자석에 앉은 임산부가 노인으로부터 배를 걷어차인 사건 등이 언론을 통해 알려질때면 임산부들의 마음은 더욱 무거워진다. 임신 기간 내내 지하철로 출퇴근했다는 한 네티즌은 “입덧 때문에 너무 힘들어서 노약자석에 몇번 앉았었는데, ‘요즘 젊은 것들은 버릇이 없다’며 손가락질하는 할머니·할아버지가 많았다. 한번은 내 발을 툭툭 치면서 일어나라고 하는데 서러워서 눈물이 났다”고 털어놨다. 이어 “한 할아버지가 임산부 배를 발로 찼다는 기사를 보고 놀라서 노약자석은 절대 안 앉았는데, 일반석 앞에 서있으면 양보하라고 하는 것 같아 눈치보이고, 문 근처에 서있으면 오가는 사람들에게 배를 치여서 힘들었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의 ‘2016년 임산부 배려 인식도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임산부 중 배려를 받은 경험이 있다는 응답은 40.9%에 불과했다. 그러나 일반인들이 임산부를 배려하는 마음이 없어서 이런 결과가 나오는 것만은 아니다. 임산부가 아닌 응답자 중 임산부를 배려하지 못한 이유로 ‘힘들고 피곤해서’라고 답한 사람은 7.9%에 불과했다. 가장 많은 응답은 ‘임산부인지 몰라서’(49.4%)였고, ‘방법을 몰라서’(24.6%)라는 답변이 뒤를 이었다. 직장인 김모(39)씨는 “임산부가 오면 자리를 양보하겠다는 생각은 하지만, 임산부인지 아닌지 잘 모를때가 많다”며 “‘임산부 가방 고리’가 있다는 것도 아내가 임신하고 나서야 알았다”고 말했다.
부산의 ‘핑크라이트’ 광고 캡쳐 화면.

이때문에 지난해 부산에 도입된 ‘핑크라이트’가 하나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핑크라이트는 임산부 배려석 손잡이 부분에 설치된 전등으로, 임산부가 비콘 기능을 내장한 열쇠고리를 들고 2m 안으로 접근하면 핑크라이트에 불이 들어온다. 누구든 임산부 배려석에 앉아있다가, 핑크라이트에 불이 들어오면 일어서면 된다. 핑크라이트에 불이 꺼져있으면 주변에 임산부가 없다는 뜻이기 때문에 자리에 앉는 사람도 부담 없이 앉을 수 있고, 임산부들도 쉽게 양보를 받을 수 있다. 당초 핑크라이트는 부산∼김해 경전철에 시범도입됐었으나 부산시는 도시철도 전체 열차와 시내버스에도 핑크라이트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서울에서도 핑크라이트 등의 방식으로 임산부 배려석을 보다 효율적으로 운영해야한다는 의견이 많다.

임산부들은 가장 중요한 것은 임산부를 배려해주는 분위기가 조성되는 것이라고 말한다. 임산부에게 자리를 양보해야한다는 인식이 있다면, 굳이 배려석을 따로 설치할 필요도, 임산부들이 눈치를 볼 일도 없다는 것이다. 임신 6개월째인 강모(36)씨는 “나도 임신을 하기 전에는 임산부들이 얼마나 힘든지 관심도 없고 전혀 몰랐다. 단순히 배려석이라고 의자만 분홍색으로 칠해놓고 변화를 기대해선 안되는 것 같다”며 “배려석을 비워야한다고 말하기에 앞서 배려석이 왜 필요한지 등 임산부 배려에 대한 홍보가 적극적으로 진행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유나 기자 yo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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