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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환의 월드줌人] 50년째 소아마비 아들 돌봐온 80세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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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12-29 15:00:00 수정 : 2016-12-29 15:5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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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한 80세 노인이 자기 몸 챙기기도 쉽지 않은데 수십년간 소아마비 환자 아들을 돌봐온 사연이 공개돼 많은 이들의 코끝을 찡하게 하고 있다.

지난 28일(현지시간) 중국 상하이스트 등 외신들에 따르면 저장(浙江) 성 자싱(嘉興) 시 난후(南湖) 구에 사는 치엔(80)씨는 무려 50년간 소아마비 환자 아들을 돌봐오고 있다.

치엔씨의 아들은 태어난 지 일주일이 됐을 무렵 고열 증세로 병원에 실려 갔다가 소아마비 진단을 받았다. 혼자서는 걸을 수도 움직일 수도 없게 됐다.



그때부터 밥 먹이거나 씻기기 등은 모두 치엔씨의 몫이 됐다. 누군가 치엔씨의 아내는 어디 갔냐고 물어볼 텐데, 그의 아내는 오래전부터 고혈압과 심장질환을 앓고 있어서 아들을 제대로 돌볼 수 없다.

“왜 아들을 요양원 같은 곳으로 보내지 않는 거죠?”

이 같은 말을 치엔씨는 셀 수 없을 만큼 많이 들었다. 태어나자마자 소아마비 환자가 된 아들을 키우는 게 쉽지 않았겠지만, 그럼에도 치엔씨가 아들을 떠나보내지 않은 건 ‘가족’이기 때문이다.

치엔씨는 “동물도 제 새끼는 자기가 돌본다”고 늘 말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치엔씨의 몸 상태도 그리 좋지는 않다. 과거 농장에서 일하던 중, 세 손가락을 잃은 데다가 오른쪽 눈도 다쳤다. 흐르는 세월이 그를 덮치면서 오른눈에는 백내장이라는 장애물까지 생겼다.

난관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치엔씨는 턱을 다쳐 한 달 이상이나 입원해야 했다. 이 기간에는 치엔씨의 아내와 아들이 그를 돌봤다.


입원 중에도 치엔씨는 아들에게 리코더를 선물했는데, 이를 알게 된 의사와 다른 환자들은 아들을 향한 그의 헌신적인 사랑에 눈물을 흘린 것으로 전해졌다.

치엔씨의 딸은 “우리는 단 한 번도 동생을 짐으로 여긴 적 없다”며 “우리의 가족이며, 그는 도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동생이 건강했다면 아버지나 어머니께서 아프실 때 도와줄 수는 있었을 텐데”라고 안타까워했다.

아들을 귀찮다고 생각한 적 없다던 치엔씨의 마음에는 털끝만큼의 변화도 없다. 그는 “우리가 아들을 내치면 누가 우리 아들을 돌보겠느냐”고 말한다.

 




가족이 모두 농장에 나가 일하는 사이 집에 홀로 남은 치엔씨의 아들은 다른 이들이 저녁에 돌아왔을 때, 누가 집에 어떤 일로 들렀는지 알려준다.

상하이스트는 “내색하지는 않아도 치엔씨의 아들은 아버지가 없었다면 자기가 오랫동안 살 수 없었다는 것을 안다”며 “하지만 앞으로 얼마나 더 아버지가 옆에 머물러 있어 줄 지는 알지 못한다”고 전했다.



이들 가족의 사연은 온라인 커뮤니티 곳곳을 따뜻하게 데우고 있다.

한 네티즌은 “눈물이 흘렀다”며 “치엔씨는 아프다는 이유로 자식을 버리는 이들보다 훨씬 낫다”고 박수를 보냈다.

다른 네티즌은 “이야기를 읽고는 펑펑 울었다”며 “이렇게 감동적인 이야기는 본 적 없다”고 댓글을 달았다. 그러면서 “나중에 아빠가 되면 부모 역할을 잘 해내겠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네티즌은 “치엔씨는 정말 훌륭한 아버지”라며 “신께서 그를 축복하시어 수명을 80년 더 늘려주시기를 바란다”고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사진=중국 상하이스트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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