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위트레흐트 대학병원 의료진이 인공수정을 의뢰한 여성 26명의 난자에 엉뚱한 남성의 정자를 수정시킨 것으로 밝혀져 논란이 일고 있다.
병원 측이 실수를 인정했지만, 절반은 임신 중이거나 출산한 상태여서 단지 ‘실수’라고 하기에는 병원이 져야 할 책임이 매우 커 보인다.
지난 28일(현지시간) 영국 익스프레스 등 외신들에 따르면 네덜란드 중부의 위트레흐트 대학병원이 2015년 4월부터 올해 11월 사이 진행한 여성 26명 인공수정 과정에서 의뢰자들이 원한 남성이 아닌 다른 남성의 정자를 수정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즉, 한 남성의 정자가 의료진 실수 때문에 여성 26명 난자에 수정되었다는 뜻이다.
여성들은 정자를 직접 난자에 넣는 '세포질 내 직접 정자 주입술(ICSI)'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자의 난자 침투에 어려움이 있거나 정자 수가 적을 때 쓰는 유용한 방법이다. 시험관 내 정자가 직접 난자에 들어가 수정하는 '시험관아기시술(IVF)'과는 다르다.
의도한 게 아닌 이상 이 같은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은 극히 낮지만, 물그릇은 엎어진 상황이다.
익스프레스는 기사에서 ‘엄청난 실수(devastating mistake)’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병원 관계자는 “수정 중 한 쌍의 부부에게서 채취한 정자가 다른 스물여섯 쌍 부부 난자와 만났을 수 있다”며 “원했던 사람이 아닌 다른 남성의 정자와 수정되었을 수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일부 배아가 냉동 중이어서 사용할 수는 있지만, 여기에도 의뢰 부부가 원했던 사람이 아닌 다른 남성의 정자가 수정되었을 수 있다고 관계자는 덧붙였다. 해당 의뢰자들에게는 잘못 수정된 사실이 통보됐다.
인공수정을 의뢰했던 여성 중 절반은 출산했거나 임신 중으로 알려져 문제 해결 실마리를 찾기는 매우 어려워 보인다.
관계자는 “이해하기 어려운 소식을 전하게 돼 의뢰자들에게 매우 죄송하다”며 “가능한 문제를 빨리 해결할 수 있게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인공수정은 희소 정자증에 따른 불임, 자궁경관 점액 검사에서 이상이 있는 경우 혹은 항정자항체가 있거나 원인을 알 수 없는 불임 등을 해결하기 위해 쓰는 방법이다.
과거에도 싱가포르의 한 여성이 인공수정으로 아기를 낳았으나 피부색과 머리카락 색깔 등이 부부와 다른 것을 수상히 여겨 조사를 의뢰한 결과, 엉뚱한 남성의 정자가 수정되었다는 사실이 밝혀져 병원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등 인공수정 관련 문제는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사진=영국 익스프레스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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