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이 국제적인 망신을 당했다. 1990년대 ‘팝 발라드 황제’ 가수 리처드 막스(53) 부부가 21일 각자 SNS를 통해 전날 대한항공 기내에서 겪은 승객난동 사건을 알리면서다. 이들은 대한항공 승무원의 미숙한 대응을 공개적으로 질타했다. 50여분 걸린 진압과정에서 난동 승객을 제압하기 위해 쓰인 포승줄이 세 차례나 풀리는 등 실수가 이어졌다고 증언했고, 이 내용은 사진 등과 함께 고스란히 해외 매체에 보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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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가수 리처드 막스가 20일 베트남 하노이공항을 출발해 인천국제공항으로 향하던 대한항공 여객기 KE480편에서 겪은 승객 난동 상황을 촬영한 사진. 리처드 막스 등 일부 승객과 승무원이 난동 승객을 진압하는 긴박한 모습이 담겼다. 데이지 푸엔테스 인스타그램 캡처 |
문제는 승무원의 대응이었다. 막스 부부의 증언에 따르면 승무원들은 A씨를 바로 제압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했다. 항공기 안전운항을 위해 승무원은 항공보안법상 사법경찰관의 권한을 지닌다. 이날 승무원들도 A씨에게 경고장을 제시하고 포승줄과 테이저건을 준비하는 등 매뉴얼을 준수했다. 하지만 이들은 막스와 주변 승객의 도움을 받아 50여분 뒤 가까스로 A씨를 포승줄로 묶었다.
막스는 이날 “승무원은 승객 난동을 제압하는 훈련이 안 돼 있었다. 승객들의 도움을 받은 후에야 난동 승객을 진압할 수 있었다. 제재를 받아야 마땅하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막스는 “그(A씨)는 쉽게 포승줄 구속을 풀고 더 많은 승무원과 다른 승객을 공격했다”고 덧붙였다. 대한항공은 “다른 승객 도움을 받은 건 사실이나 절차상 문제가 없었다. 포승줄이 풀린 것은 A씨가 화장실을 가겠다고 해서 풀어준 것”이라는 입장이다.
일각에선 이 같은 기내 난동의 근본적 예방을 위해 처벌을 더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지난 1월 항공보안법 개정으로 기내 소란행위 등에 대한 벌금이 500만원 이하에서 1000만원 이하로 강화됐다. 그러나 구속은 불가능하다. A씨는 인천공항 착륙 후 경찰에 인계됐지만 바로 풀려났다. 만일 A씨가 미국으로 가는 비행기에서 같은 소란을 피웠다면 구속까지 각오해야 한다. 최근 미국령 괌 지방법원은 대한항공 여객기에서 술에 취해 행패를 부린 한국인 치과의사를 공항에서 체포한 뒤 징역 3년형을 선고했다.
대한항공은 22일부터 조종사가 파업하면서 일부 항공기가 감편된다. 조종사 노조는 이날 기자회견을 하고 “지난 19일 서울중앙지검에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을 배임 혐의로 고소, 고발했다”고 밝혔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대한항공이 일감을 조 회장의 3남매가 소유한 회사에 몰아줘 부당한 이득을 챙기게 한 혐의로 과징금을 매기고 아들인 조원태 부사장을 검찰에 고발한 데 따른 것이다. 노조 고발로 자칫하면 오너 부자가 같은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을 가능성도 점쳐진다.
김승환 기자 hwa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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