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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회생 신청자에게 돈 빌려주는 사건번호대출 기승

입력 : 2016-12-20 16:39:08 수정 : 2016-12-20 17:0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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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회생제도 악용…다른 채무는 면책받고 고금리 대출 유도

포털에서 검색하면 관련 대출 광고 수두룩…도덕적 해이 우려

 

개인회생을 신청한 신용불량자를 대상으로 대출을 해주는 대부업체들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특히 일부 대부업체들이 일정 부분 빚을 갚을 능력이 있는 채무자를 대상으로 개인회생 신청을 부추긴다는 점에서 개인회생제도를 악용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개인회생 신청 채무자를 상대로 법원에서 받은 사건번호만 있으면 대출을 해주는 '개인회생사건번호대출'이 대부업체를 통해 공공연히 이뤄지고 있다.

대부업체는 개인회생 신청 사건번호만 있으면 추가로 대출을 받을 수 있다고 채무자를 유인한 뒤 법정 최고금리인 27.9%의 금리로 돈을 빌려주고 있다. 채무자에게 다른 금융회사의 빚은 개인회생제도로 탕감받도록 하고 자신들이 빌려준 돈은 고금리를 받아 챙기려는 것이다. 

채무자 입장에서는 개인회생 신청을 통해 기존 채무를 탕감받을 수 있고, 추가로 필요한 돈을 대출받을 수 있어 사건번호대출을 이용하게 되는 것이다. 대부업체와 채무자의 이해가 맞아떨어지는 셈이다.

개인회생사건번호대출을 해주는 곳은 포털에 '개인회생대출', '사건번호대출' 등을 입력하면 쉽게 찾을 수 있다. 국내 최대 포털사이트인 네이버에서 '사건번호대출'을 검색하자 100여개 업체의 광고가 상단에 노출됐다. '개인회생대출'을 검색하면 그 보다 많은 업체의 광고를 볼 수 있다.

개인회생의 본래 취지는 고정적인 수입이 있는 채무자를 대상으로 3년에서 최대 5년까지 빚을 성실하게 갚으면 나머지 채무를 면제해주는 제도다. 그렇지만 개인회생 신청자를 대상으로 한 사건번호 대출은 이같은 개인회생 취지를 교묘히 악용하고 있는 것이다.

채무자가 개인회생을 신청해 나중에 채무가 면제가 되면 채권자인 금융회사로서는 그만큼 손실을 입게 된다. 

사건번호대출을 하는 대부업체는 대부분 지방자치단체에 등록된 영세업체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불량차주에게 대출을 하게 되면 대부업체의 부실률도 높아질 수밖에 없어 정상적으로 대부업체를 이용하는 사람에게 피해가 돌아갈 수 있다..

대법원에 따르면 개인회생 신청자수는 몇 년 전보다 크게 늘었지만, 채무면책 건수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2011년 6만5171건이었던 개인회생 신청자 수는 2012년 9만368건, 2013년 10만5885건, 2014년 11만703건으로 꾸준히 늘었다. 지난해10만91건으로 줄어들었고 올해 상반기에는 4만927건에 달했다.

반면 개인회생이 받아들여진 이후 면책받는 비율은 갈수록 줄고 있다. 면책은 일정기간 일정 금액을 갚겠다고 한 변제계획을 완수한 경우 남은 채무가 탕감되는 것으로 개인회생절차가 끝났다는 것을 의미한다.

2011년 전체 개인회생 사건 중 면책된 경우는 2만9867건으로 전체 신청 건수의 45%가량이었으나, 지난해 면책 건수는 2만8365건으로 전체 신청 건수의 28% 수준에 그쳤다.

이는 개인회생 신청 대상자가 아닌데도 일단 신청해보는 사람이 그만큼 늘었다는 의미다.

문제는 개인회생을 신청해 승인을 받은 채무자들이 사건번호대출로 인해 또다시 채무의 늪에 빠지는 도덕적 해이가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이다.

개인회생 인가를 받은 채무자는 가용소득을 제외한 나머지 수입을 정해진 기간에 꾸준히 갚아야 한다. 가용소득은 채무자가 수령하는 소득에서 소득세, 주민세, 건강보험료와 생활에 필요한 생계비를 뺀 나머지 금액이다. 채무자는 갑자기 소득이 늘지 않는 이상 가용소득을 뺀 나머지 금액은 모두 개인회생 변제계획에 따라 빚을 갚아야 하기 때문에 추가로 받은 대출의 원리금을 제대로 변제하지 못하는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실제로 한국대부금융협회가 지난 10월 전국 대부업 이용자 647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채무상환 방법 중 법원의 개인회생제도 및 개인파산 면책제도를 이용하겠다고 답한 이용자 수는 1173명으로 전체의 18%를 차지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결국 개인회생사건번호대출은 담보 없이 신용으로 이뤄지는 신용대출"이라며 "다중채무자가 회생을 위해 법원에 개인회생제도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별도의 채무를 부담하는 것은 개인회생채무를 변제하고 나서 별도의 채무를 또 갚아야 하는 문제가 생긴다"며 "채무자 입장에서는 채무를 변제하고서도 또 채무가 생겨 빚의 늪에서 빠져나올 수 없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개인회생사건번호대출 자체가 대부업법상 불법은 아니지만 정책적으로 타당한지는 따져볼 필요가 있는 문제"라고 덧붙였다.  

이정화 기자 jhlee@segye.com

<세계파이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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