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호는 지난 13일 열린 2016 KBO리그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두산 유격수 최초로 골든글러브 2연패의 쾌거를 달성했다. 골든글러브를 연속 수상한 역대 유격수로는 김재박(1983~1986), 이종범(1993~1994, 1996~1997), 유지현(1998~1999), 박진만(2000~2001, 2006~2007), 강정호에 이어 6번째다.
두산 김재호가 지난 13일 서울 서초구의 더케이호텔에서 열린 2016 KBO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수상 소감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
김재호는 이른바 ‘인생 역전’의 아이콘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올해 데뷔 13년 만에 자유계약선수(FA)가 된 그는 두산에 잔류하면서 역대 유격수 최고액인 4년 50억원의 잭팟을 터트렸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내년 3월 열리는 2017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엔트리에도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음주운전 적발로 물의를 빚은 강정호의 참가가 불투명해 사실상 유일한 유격수로 나설 김재호의 역할이 막중하다. 김재호는 “WBC에는 세계적인 선수들이 많이 나오기 때문에 많이 긴장되고 부담된다. 그러나 국가를 대표한다는 설렘도 있다. 기회가 온 만큼 최선을 다해서 국민께 보답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해 트레이드가 무산된 것은 김재호에게 전화위복이 됐다. 시즌 막판 손시헌의 부상으로 롯데와의 준플레이오프에 나선 김재호는 4경기서 타율 0.571로 펄펄 날았다. 비로소 가능성을 인정받은 그는 이듬해 유격수와 2루수를 번갈아 출전하며 두각을 보였다. 2014년 주전 유격수 손시헌이 NC로 이적하면서 그는 꿈에 그리던 두산의 주전 유격수를 꿰찼다. 손시헌의 이적 배경엔 평소 후배 김재호를 아꼈던 그의 남다른 배려도 숨어 있었다. 김재호는 “형(손시헌)이 자신 때문에 내가 그라운드에 못 나가는 것 같아 항상 미안해했다. 종종 술자리에서 나에게 기회를 주고 싶은 마음이 있어서 이적을 결심했다고 하더라. 여러모로 참 고마운 형이다”고 털어놨다.
김재호는 어렵게 찾아온 기회를 놓지 않았다. 장타력을 키우기 위해 무려 8㎏이나 몸무게를 불리는 ‘악바리 근성’을 발휘한 그는 최근 2년 연속 3할 타율과 더불어 리그 최정상급 수비 실력을 과시하고 있다. 김재호의 다음 목표는 한 자릿수 에러를 달성하는 것이다. 젊은 선수들과 경쟁할 수 있는 ‘모범 베테랑’으로 남고 싶기 때문이다. 김재호는 “나이가 들면서도 젊은 유격수들과 라이벌 구도를 형성하고 싶다. 아무래도 젊은 선수들은 나보다 더 많은 성장을 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있다. 후배들이 나와 경쟁하며 성장하는 모습을 보면서 지금의 자리에서 내려오는 것이 목표”라고 미소 지었다.
김재호의 무명시절 뒷바라지에 여념이 없었던 가족들도 이제는 함박웃음이 떠나질 않는다. 김재호는 지난해 승무원 출신의 김혜영(30)씨와 9년 열애 끝에 화촉을 밝혔다. 올해 9월에는 아들까지 얻었다. 김재호는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도 “복덩어리 아들과 아내에게 감사하다”며 남다른 애정을 드러냈다.
프로 생활을 하면서 줄곧 두산에서만 뛰었던 김재호는 팀에 대한 애정도 각별하다. 초호화 선발진 ‘판타스틱4(니퍼트·보우덴·장원준·유희관)’를 포함해 한국시리즈 우승 멤버를 유지하고 있는 두산은 내년 시즌 한국시리즈 3연패를 위해 달린다. 김재호는 “팀 성적뿐만 아니라 내년에는 두산 선수 중에서 최고의 스타가 배출됐으면 좋겠다”며 “왕좌에 계속 앉아 있으려면 나를 비롯한 두산 선수 전원이 더욱 분발해야 한다”고 각오를 밝혔다.
안병수 기자 ra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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