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들수록 지혜 더욱 찾게 돼” ‘빈자의 성인’으로 불리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가장 낮은 곳에 있는 사람들과 80세 생일을 함께했다. 그의 생일을 축하해 주기 위해 초대된 사람들은 노숙자 8명이었고, 음식은 아르헨티나식 케이크와 물 등 간단한 음식이 전부였다. 교황은 조촐한 생일이 끝난 뒤 진행된 특별미사에서 나이가 들고 있지만 여전히 지혜가 부족한 자신의 마음을 솔직히 드러냈다.
영국 가디언 등 외신에 따르면 교황은 팔순 생일을 맞은 17일(현지시간) 바티칸의 자신의 처소인 산타 마르타 게스트하우스에 성 베드로 광장 주변에 살고 있는 노숙자 8명을 불러 아침을 함께했다. 이탈리아인 4명 등 4개국 출신 노숙자가 초청됐고 이들은 생일선물로 해바라기 꽃다발 세 묶음을 전달했다.
아침식사 테이블의 중앙 자리를 노숙자에 양보한 교황은 생일을 기념해 무료급식소에서 노숙자들에게 케이크, 교황 사진 등 작은 선물을 나눠줬다.
식사를 끝난 뒤 바티칸 파올리나 예배당에서 진행된 특별미사에서 교황은 지혜 없이 나이가 드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고백했다. 그는 추기경들이 모인 이 자리에서 “최근 며칠 동안 나는 나이가 들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고 있는 추악한 나 자신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하지만 ‘노년일수록 지혜를 더욱 찾게 된다’는 3년 전 내 발언이 생각났고, 지금도 여전히 그런 마음을 가지고 있길 바란다”며 “평화롭고, 신앙심이 깊고 유익하며 기쁜 노년이 되도록 기도해 달라”고 말했다.
영어, 이탈리아어 등 7개 언어로 개설한 이메일을 통해 생일 축하메시지를 받기로 한 교황청은 전 세계 각지에서 축하인사가 쇄도했다고 전했다. 교황청에 따르면 라틴어로 작성된 이메일 1000통을 포함해 모두 5만통의 축하 이메일에 도착했다. 이 중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교황은 말과 행동으로 전 세계인들에게 자비와 희망, 평화의 메시지를 불어넣었다”고 말했고,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도 직접 전화통화를 하고 축하전문을 보냈다. 그는 분쟁지역에서 종교 간 건설적 대화의 중요성에 대해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희경 기자 hjhk3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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