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일 애플코리아가 갑자기 전원이 꺼지는 아이폰6s의 배터리 불량 사실을 홈페이지에 영문으로 공지했다는 기사가 나오자 소비자들은 이런 반응을 보였습니다. 지난 20일 올라온 영문 공지문은 지난해 9∼10월 제조된 일부 일련번호 제품에서 갑자기 전원이 꺼지는 불량이 발생함에 따라 배터리를 무료로 교환해준다는 내용입니다. 이는 본사 홈페이지 공지를 그대로 옮겨온 것으로, 한국 홈페이지임에도 한글 번역본은 찾을 수 없었습니다. 반면 애플 중국 홈페이지에는 중국어 공지가 올라왔습니다. 한국과 중국 소비자의 차별 논란이 불거질 만한 대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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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미 기자 |
신제품을 출시하면서 미디어 행사나 보도자료 배포를 하지 않는 것은 호기심 유발을 위한 마케팅 전략이자 브랜드 파워에 대한 자신감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제조사 잘못으로 교환·환불을 해야 할 경우 회사 홈페이지는 물론 고객에게 전화나 문자메시지, 이메일 등으로 개별 공지를 보내줘야 마땅합니다.
그런데도 애플이 배터리 불량처럼 소비자에게 피해나 불이익을 줄 수 있는 제조상 결함조차 ‘조용히’ 알린 이유가 뭘까요. 중국어 공지는 재빠르게 올린 것을 보면 단순 실수는 아닌 듯합니다. 그렇다면 경쟁사의 배터리 폭발사고처럼 심각한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해서 일까요?
일각에서는 애플이 배터리를 교체해주고 싶지 않은 속내를 드러낸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옵니다. 사실 그동안 애플의 서비스나 영업 방식에 비춰 보면 새삼스러운 일도 아닙니다. 소비자들이 분통을 터뜨리는 이유는 한국어 공지 누락 때문만은 아닙니다. 소비자의 권리와 의사를 무시한 일방적인 리퍼폰 정책(고장 시 무조건 중고폰 교환), 자사 광고비조차 국내 통신사들에게 떠넘기는 갑질 영업 등 횡포에 가까운 애플의 영업방식에 대한 불만이 누적된 탓일 겁니다. 제품의 혁신·안전도 중요하지만 소비자를 존중하고 차별 없이 배려하는 것은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에 갖춰야 할 기본입니다.
김수미 기자 leol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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