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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탐색] '금강의 피카소'… 날 보러 오라 '날개짓' 하네

입력 : 2016-11-16 21:05:47 수정 : 2016-11-16 21:0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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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부터 군산·서천 '금강철새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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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하구는 겨울철새들의 낙원이다. 힘찬 날갯짓에 아침 강물이 깨어나고, 날개를 접으면 서해하늘이 잠든다. 철새는 ‘금강의 피카소’다. 하늘과 강물에 펼치는 화려한 그림에 탐조객들이 탄성을 내지른다. 해질 무렵 붉은 하늘을 까맣게 수놓는 철새들의 군무는 단연 압권이다.

겨울 철새들의 향연은 1년을 기다린 사람들에게 주는 선물이기도 하다. 이를 가장 가까이에서 접할 수 있는 금강하구에서 겨울 진객을 맞이하는 축제가 열린다. 전북 군산시와 충남 서천군은 ‘2016 군산-서천 금강철새여행’을 18일부터 20일까지 3일간 금강하구 양측에 자리한 군산금강철새조망대와 금강습지생태공원, 서천조류생태전시관 일원에서 벌인다.

◆겨울철새와 1년 만에 떠나는 추억여행


‘금강철새여행’은 군산과 서천 양 지역을 대표하는 겨울 생태관광 축제다. 2004년 첫 개최 이후 13번째 열리는 행사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두 지역이 공동 개최한다.
지난해 겨울 금강하구를 찾은 가창오리 수만 마리가 화려한 군무를 연출하고 있다. 

‘금강길목에서 만난 자연, 그리고 사람’을 주제로 한 이번 철새여행에는 군산 47개, 서천 36개 등 총 83개 프로그램이 마련됐다. 이 중 70여 개가 철새와 동물, 환경생태를 관찰하고 배울 수 있는 체험·교육형으로 구성돼 있다. 왁자지껄 벌이는 여느 축제와 달리 어린이와 학생, 가족단위 참가자들이 철새들과 함께 즐기며 환경의 소중함을 일깨울 수 있는 행사다.

군산시는 최근 지역 공모를 통해 기관·단체·대학 등에서 접수한 27개 프로그램을 함께 운영한다. 지역 구성원들이 함께 만들고 즐기는 주민주도형 행사로 준비했기 때문이다.

주요 프로그램은 철새조망대 조류공원에서 앵무새·오리·토끼·산양 등 동물들에게 먹이를 주고 그들의 습성을 알아보는 ‘일일 사육사 체험’과 조류·파충류·아기동물과 교감하고 특징을 배우는 ‘생태설명회’가 행사 기간 내내 열린다. 사전신청 프로그램인 ‘내 꿈은 사육사’, ‘철새탐험가 되기’, ‘동물교감생태 설명회’ 등은 접수 첫날 신청이 모두 마감되는 등 인기가 높다.

서천지역 행사는 주로 조류생태전시관에 집중됐다. 세계자연유산 등재를 추진하고 있는 유부도의 생태환경 가치를 공유할 수 있는 특별기획전을 마련했다. 유부도는 철새 주요 이동경로이자 검은머리물떼새(천연기념물 제326호) 등 56종의 조류가 서식하고 있으며 국제 람사르 습지에 등재돼 있다. GM대우 군산공장 임직원들은 행사기간 국제조류보호협회와 함께 유부도를 찾아 탐조와 함께 환경정화 활동을 벌인다.
전북 군산시 금강하구변에 자리한 철새조망대에서 방문객들이 망원경으로 철새를 관찰하고 있다. 

철새여행의 백미는 탐조투어다. 군산에서는 도보·자전거·버스여행 등 3개 코스로 진행하고, 서천은 철새기차를 타고 새들과 볍씨를 나눈다. 금강을 마주하고 있는 군산 나포십자들녘과 서천 화양면 일대를 1일 4∼6회씩 찾아 철새의 생활을 관찰하고 군무를 즐길 수 있는 기회다. 천수만, 주남저수지와 함께 국내 3대 철새도래지인 군산하구에는 지난주부터 흰뺨검둥오리와 청둥오리, 쇠기러기, 큰기러기, 고니 등이 5000마리 이상 관찰되고 있다. 수천∼수만마리가 집단으로 방문하는 ‘늦손님’ 가창오리는 12월 말쯤 찾아올 전망이다.

시군은 행사가 끝난 후 가창오리가 머무는 내년 2월까지(서천은 12월 말까지) 3개월간 주말마다 탐조투어를 계속 진행한다.

◆철새가 이어준 상생길, 시군 화합의 장 펼쳐

금강철새여행은 금강하구에 이웃한 두 시 군이 함께 만드는 화합의 한마당이다. ‘철새’라는 동일한 주제로 비슷한 시기에 각각 벌여오던 축제를 공동개최함으로써 지자체 간 묵은 갈등을 해소하고 상생발전을 도모하고 있기 때문이다.

두 지역은 그동안 철새 도래시기만 되면 관람객 몰이에 앞다퉈 왔다. 하지만 해를 거듭하면서 철새들의 고단한 여정을 이해하기 시작했고, 그들을 맞이하는 태도가 달라졌다. 철새가 탐조객을 의식하지 않고 편안히 쉴 수 있도록 나포면 십자들 등 금강제방에 가림막을 설치했다. 금강·만경강 유역 농가와 협력해 볏짚을 존치하고 보리를 경작해 철새들에게 먹이와 쉼터를 제공했다. 축제 또한 겨울 철새 집단 도래시기를 피해 1개월가량 앞당기고, 철새 먹이주기 등 행사를 통해 자연생태가 가져다 준 선물을 그들과 나누기 시작했다.

자연스레 공동축제 개최에 대한 여론이 무르익었다. 시 군은 2003년 첫 개최 이후 오랜 기간 중단했던 행정실무협의회를 지난해 다시 열어 관광코스 연계와 행사 공동개최에 합의했다. 축제는 철새들이 안식하며 지친 몸을 추스를 수 있도록 배려하고 행사명을 ‘금강철새여행’으로 바꿨다. 화답이라도 하듯 지난겨울 이곳을 찾은 철새는 30만 마리 이상으로 축제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개막식은 매년 두 지역을 오가며 개최한다. 올해는 군산에서 마련해 상생과 협력 메시지를 담은 축하공연과 철새먹이를 한데 모으는 퍼포먼스로 막을 연다. 행사비용을 절감하게 된 서천군은 볍씨 10t을 구입해 군산시와 함께 철새 먹이주기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축제 체험비 수익금은 철새보호활동 기금으로 활용하는 등 인간과 자연이 공생하는 장으로 탈바꿈할 계획이다.

군산·서천=김동욱 기자 kdw7636@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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