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봉 전 이렇게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았던 작품은 드물었을 것 같다. 그게 아무리 세계 영화계를 주름잡는 홍상수 감독일지라도 말이다.
홍 감독의 18번째 장편영화 '당신자신과 당신의 것'이 오는 10일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홍 감독은 지난 6월 배우 김민희와의 스캔들이 터진 후 연락이 닿지 않고 있는 터라 작품에 지대한 관심이 쏠렸다.
'당신자신과 당신의 것'은 사랑에 관한 짧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오늘도 만났다 헤어지는 일을 반복하고 있는 평범한 남녀들의 이야기.
영화는 주인공인 영수(김주혁)와 민정(이유영)이 아주 사소해 보이는 문제로 다툰 뒤 헤어지면서 시작된다. 사실 영수는 "술을 마시지 않겠다"던 민정의 말을 믿지 못했다. 영수는 자기 몰래 술을 마시며 다른 남자들과 희희낙락거릴 민정이 못마땅했고, 민정은 자신의 얘기는 안 들어주면서 다른 사람들의 말만 진짜라고 믿는 영수가 싫어졌다.
민정과 헤어지고 나자 영수는 곧바로 후회했다. 그녀가 술을 마시든, 바람을 피우든 아무 것도 중요하지 않았다. 그는 그녀만 있으면 됐다.
"내 남은 삶은 그녀와 함께하고 싶어."
"난 아무 것도 필요 없어. 그녀만 있으면 돼."
기존 홍 감독 작품에서 좀처럼 등장하지 않았던 대사들이 등장한다. 한 여인에 완전히 사로잡힌 남자의 대사다. 남은 생애에 민정이 없다면 아무 의미가 없다는 영수의 대사가 무슨 이유에서인지 가슴을 파고든다.
사랑. 홍 감독은 이미 그것의 결말에 대한 답을 알고 있다. 그런 영수에게 "사랑은 다 똑같아"라고 말하는 여성의 대사가 등장한다. 사랑은 즉흥적이고 그 감정이 결코 오래 가지 않는다는 것을 홍 감독도 잘 알고 있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있다. 남자들을 대하는 민정의 태도다. 이 영화에는 영수 말고도 두 명의 남자, 재영(권해효)과 상원(유준상)이 등장한다. 우연히 만난 민정을 단번에 알아보는 재영·상원과 달리 민정은 그들을 전혀 알아보지 못한다. 심지어 자신이 쌍둥이라는, 진짠지 거짓말인지 알 수 없는 아리송한 말까지 내뱉는다.
만나는 남자들, 심지어 영수에게까지도 "누구세요? 저 아세요?"라고 말하는 민정은 한편으로 '요물' 같다. 민정의 '모르쇠'는 그녀의 매력에 반한 남자들을 더 '안달' 나게 만드는 기제로 작용한다. 스스로를 '예쁘지 않다'라고 표현하는 민정을 따르는 남자가 많은 이유이기도 하다.
연남동이라는 공간의 특성을 카메라에 잘 담아내고 등장인물의 관계와 시간의 모호함을 통해 영화와 현실을 구분짓는 감독의 장기는 이번 작품에서도 어김없이 드러난다. 다만 관객들이 얼마나 이 이야기에 공감하고 웃음 지을지는 미지수다. 오롯이 작품과 캐릭터에 집중할 수 없는 탓인지 그리 깊게 와닿지는 않는다. 청소년관람불가. 러닝타임 86분. 11월10일 개봉.
현화영 기자 hh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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