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19혁명으로 권좌에서 물러난 이승만 대통령은 권불십년의 표상이다. 자유당 정권은 이 대통령의 종신집권을 위해 ‘대통령 3선제한’ 철폐와 ‘사사오입(四捨五入)개헌’ 등 횡포를 부렸다. 급기야 1960년 3·15부정선거를 저질렀다. 하와이로 쫓겨간 이 대통령은 사망 직전 박정희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내 귀국을 요청했으나 이마저 거절당했다.
전두환 대통령은 동생 전경환 새마을운동중앙본부 회장의 구속을 시작으로 권력무상을 실감했다. 처남 이창석씨가 구속되고 김종호·차규헌 등 장관들도 줄줄이 쇠고랑을 찼다. 1988년 11월 23일 서울 연희동 골목에서 생방송된 전 대통령의 대국민사과는 88올림픽 이후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국정의 과오는 최고결정권자이며 감독권자에게 책임이 돌아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불과 10개월 전 그는 나는 새도 떨어트릴 수 있었다.
전임자를 구속시킨 노태우 대통령도 비슷한 궤적을 밟았다. 황태자로 불렸던 고종사촌 처남 박철언씨도 예외가 아니었다.
민주화의 아이콘 김영삼(YS), 김대중(DJ) 대통령은 다를 것이라고 국민들이 믿었다. 장막 뒤에서 권력놀음에 취했던 YS 아들 현철은 알선수재 혐의로 구속됐다. 비뇨기과의사 박경식씨의 폭로로 안기부, 방송사, 국회 등 인사 개입이 드러나 국민들이 경악했다. DJ의 세 아들 홍일, 홍업, 홍걸씨가 얽힌 부정부패는 홍삼트리오 스캔들로 입방아에 올랐다. 이명박 대통령은 형 이상득씨가 구속되는 불명예를 기록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본인이 바위에서 뛰어내렸다. 권력무상, 인생무상이었다.
우병우 전 민정수석이 어제 검찰조사를 받았다. 사정기관 총괄자가 청와대를 나선 지 일주일 만에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문고리권력 3인방’ 중 한 명인 정호성 전 부속비서관은 포승줄에 묶인 채 구치소와 검찰청을 오가고 있다. 다른 두 문고리의 처지도 풍전등화 격이다. 과거 권력자들의 전철을 밟고 있는 것이다. 이젠 권불오년도 과하다. 권력 부나방들이 새겨야 할 금언이다.
한용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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