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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타워] 고장난 민주정치 철저 분석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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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11-02 01:48:34 수정 : 2016-11-02 01:4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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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체제 나라 곳곳 맹점… 통렬한 반성부터 국가의 품격이 땅에 떨어졌다. 국민이 맡긴 권력을 필부필녀가 농락했다는 자괴감이 온통 나라를 휘감고 있다. 선대들이 땀흘려 이룩한 성취가 이 꼬락서니라는 게 허탈하다. 노력하면 성공한다는 우리의 가치가 내팽개쳐졌다. 금과옥조로 여기는 민주 정치 시스템의 어디가 고장난 걸까. 한순간에 국민적 자존심이 망가지고 파괴되고 있음을 목도하고 있다.

이 순간 현대 민주 시스템의 교범이라는 미국을 떠올려본다. 멀리 볼 것 없이 오바마 정부 8년간의 성적표를 보면 초라하다. 미국의 상징인 중산층은 붕괴되어가고 있다. 상위 8%가 재화의 45%를 소유한다(2015년 말 기준). 빈부 격차는 심화되고 인종 간 격차는 더 벌어지고 있다. 꽉 막힌 북핵 협상은 말할 것도 없다. 오바마 집권 기간 중 대외 정책은 대결, 긴장 국면의 연속이었다. 언필칭 화려한 언설로 자신의 치적을 포장하는 데는 선수다. 오바마는 아직도 자신의 실정을 모르는 것 같다. 예컨대 2008년 금융위기를 촉발시킨 월가의 금융 인맥을 그대로 기용했다.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생선가게를 고양이에게 내준 꼴이다. 오바마 정부는 그렇게 8년을 보냈다. 클린턴 역시 ‘그 나물에 그 밥’이란 비판이다. 판도라상자 같은 이메일 스캔들이 언제 터질지 모른다.


정승욱 선임기자
그러니 도널드 트럼프 같은 인격 장애 인사가 대선판을 휘젓고 있다. 트럼프 역시 부동산 투기로 큰 돈을 번 억만장자다. 시민사회 개념이나 민주적 정서와는 거리가 먼 사람이다. 혹 당선되더라도 섹스 스캔들이 불거질 인사다. 보통 미국민들은 민주당 정부나 공화당 기득권 계층에 실망했다. 트럼프 같은 사람에게라도 지지를 보내 분노를 삭이는 중이다. 자유, 인권, 기회 평등의 나라라는 미국의 실상이 이렇다.

일본 역시 민주적 시스템이 단단히 고장나 있다. 극우 성향의 아베 신조 내각은 헌법을 고치려 한다. 전쟁 포기를 못박은 ‘평화헌법’을 고쳐 전쟁하는 나라로 만들려 한다. 양심적 국민들은 야당에 ‘아베 견제’를 바라고 있으나 야당은 능력부족이다. 집권 자민당이나 야당이나 그 나물에 그 밥이다. 경제 회복으로 일등 복지국가를 바라고 있지만 아베 정권은 딴 길로 가고 있다.

국민 직접 투표로 뽑은 민주적 시스템이 왜 그럴까. 리더의 경험이 없는 사람이 인기몰이하거나, 큰 돈을 가진 사람이 표몰이하거나, 부친의 후광으로 권력을 휘어잡아도 큰 문제 될 건 없다. 인격장애자가 아니라면 말이다. 그러나 어려운 시기에 도움을 줬다고 국민이 준 권력을 나눠주는, 분별없는 인사가 권력을 잡았다면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중요한 순간 국가의 운명을 책임질 수 없고 국민의 생명을 지킬 수 없기 때문이다. 아무리 잘 만든 민주 시스템이라도 이런 유의 인사는 걸러낼 수 없다.

공산당 독재 국가로 폄하하는 중국을 보자. 권력 정점에 있는 18기 중앙정치국 상무위원 7명의 책임자급 경력이 평균 43년이다. 돈 많고 인기 있고, 금수저 출신이고 공산당 창업 공신 집안이어도 국가 권력은 꿰찰 수 없다. 권세를 이용해 돈은 벌지언정 권력은 가질 수 없다. 공산당 원로 자제인 시진핑 주석도 고난의 토굴 시절을 견뎌냈고 생존을 위해 치열한 경쟁을 거쳤다. ‘벼락 권세’가 출현할 수 없는 구조가 중국공산당 시스템이다.

하물며 국민 직접 투표로 뽑는 민주체제의 나라들에서 맹점들이 드러나고 있다. 어디에서 무엇이 잘못됐는지 철저히 따지고 반성해야 인격장애 리더를 걸러낼 수 있다. 잔인한 반성이 있어야 한다. 거국중립내각이나 책임총리 등은 그 다음 순서다.

정승욱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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