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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닮은 글자 ‘한글’… 꽃 피고 춤 추고 웃고있네

입력 : 2016-10-29 03:00:00 수정 : 2016-10-28 20:2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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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병인 지음/ 글꽃/ 2만5000원
글씨 하나 피었네/강병인 지음/ 글꽃/ 2만5000원


소주 ‘참이슬’, 드라마 ‘미생’, 책 ‘초한지’ 타이틀을 쓴 캘리그래퍼 강병인의 작품집 겸 에세이다. ‘꽃’과 ‘밥’ ‘달’ 등 ‘한 글자’를 매개로 한 58개 이상의 ‘멋글씨’는 물론 그가 지난 15년 동안 캘리그래퍼로 살아오면서 체득한 한글의 철학·미학적 아름다움, 삶의 통찰을 담았다.

표지에도 사용된 ‘꽃’이라는 낱말에 대해 작가는 “초성이 종성되고 종성이 초성됨은 봄여름가을겨울의 변화와 같다”는 한글 창제원리를 소개하며 “‘ㄲ’은 꽃잎으로, ‘ㅗ’는 줄기로, ‘ㅊ’은 뿌리의 형상으로 표현했다”고 설명한다. 차디찬 땅을 뚫고 싹을 틔운 뒤 꽃봉오리를 틔워 춤을 추고 있는 듯한 모습의 ‘봄’ 역시 그 절묘한 해석에 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만든다.

강병인은 “한글은 자연을 닮은 글자”라고 강조한다. 캘리그래퍼로서 그의 창작 원칙 중 하나는 글자가 가진 뜻과 소리, 형상, 동세 등을 글씨에 자연스럽게 표현하는 것(의미적 상형성)이다. ‘똥’이 대표적이다. 엉덩이 두 짝 사이에서 뭔가 쏙 빠져나오는 모양이다. 그는 “한글은 소리문자인 동시에 상형문자”라며 “자연의 이치(기의)를 그 형태(기표)안에 담고 싶다”고 말했다. 책의 재미는 글씨만 봐도 맥락까지 짐작할 수 있는 여러 ‘멋글씨’를 감상할 수 있다는 데만 있지 않다. 사람을 죽일 수도, 살릴 수도 있는 ‘칼’과 ‘술’에 대한 그의 해석이 즐겁고, “점 하나를 부리는 일은 우리의 삶을 부리는 것 같다”는 ‘님’의 설명에 공감하며, “‘힘’ 하고 말하는 순간부터 마음속 깊은 곳에서 기운이 솟구친다”는 조언에 위안을 얻기도 한다.

송민섭 기자 stso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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