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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 고려불화 수월관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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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10-18 01:02:03 수정 : 2016-10-18 01: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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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불화는 국내외에서 종교예술의 백미로 꼽히지만 곡절이 많다. 전 세계적으로 160여점이 남아 있는데 국내에 있는 것은 10여점뿐이고 나머지는 대부분 일본에 있다. 일찍이 수입해간 것도 있을 테지만 왜구가 약탈하거나 일제강점기에 밀반출한 것이 더 많을 것이다. 유교국가를 지향한 조선시대에 고려불화를 소홀히 다룬 것도 원인으로 작용했다. 1978년 일본 야마토문화관에서 고려불화 60여점을 한데 모아 특별전을 열면서 고려불화가 세상 빛을 다시 보게 됐다. 고려불화가 우리 앞에 다시 나타난 게 40년이 채 안 된다. 미술사학자 강우방은 저서 ‘한국미술의 탄생’에서 고려불화를 “사람과 신이 힘을 합하여 만든 신품(神品)”이라고 극찬했다.

현존하는 고려불화는 대부분 원나라 간섭기인 13세기 후반과 14세기에 관음보살이나 아미타불, 지장보살을 그린 것이다. 당시 현세와 내세의 복을 구하는 구복신앙이 대종을 이룬 탓이다. 이 가운데 수월관음도(水月觀音圖)는 고려불화의 진면목을 보여준다는 찬사를 받는다.

수월관음도는 화엄사상에 뿌리를 둔다. ‘화엄경’의 ‘입법계품’에는 문수보살에게서 발심한 선재동자가 53인의 선지식(善知識)을 찾아 구도여행을 한 뒤 깨달음을 얻고 법계에 든다는 이야기가 담겨 있다. 선재동자가 여행길에서 28번째로 찾은 곳이 인도 남쪽바다 가운데 있는 보타락가산이다. 자비로 중생을 구제하는 관음보살의 거처다. 그림에는 달이 휘엉청 밝은 가운데 관음보살이 물가의 금강대좌에 앉아 선재동자를 맞이하는 모습이 묘사돼 있다. 수월관음이라 이름지은 이유다.

현재까지 알려진 수월관음도 40여점이 거의 비슷한 구도로 돼 있다. 전체적으로 화려하되 차분하며 우아하고 기품이 있다. 원나라 미술이론가 탕구(湯垢)가 ‘고금화감(古今畵鑑)’에서 “고려의 관음상은 심히 교묘하여 섬세하고도 화려하다”고 한 것을 보면, 당시 중국인들도 고려의 관음보살 그림을 높이 평가했음을 알 수 있다.

한 기업가가 일본에 있던 수월관음도를 비싼 값에 사들여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했다. 뜻이 깊고 울림은 크다. 수월관음도는 오늘부터 국립중앙박물관 불교회화실에 전시된다.

박완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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