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고유 브랜드라 수정 어려워"…"표기법 준수 노력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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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CJ제일제당 백설 `크림리조또`, 롯데제과 `설레임`, 오리온 `오리온카라멜`. 각각 `리소토`, `설렘`, `캐러멜`로 쓰는 게 바른 표기법이다. 사진=각사. |
한글 창제 570주년을 맞았지만 식품업체에서 제품이나 사명에 제대로 된 표준어를 쓰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주로 동사나 부사 활용이 잘못됐거나 외래어 표기법에 어긋난 경우가 많다. 자칫 소비자에게 그릇된 국어 지식을 심어줄 수 있다는 염려도 나온다.
혼동을 일으키는 대표적인 예가 롯데제과의 '설레임'이다. '마음이 가라앉지 아니하고 들떠서 두근거리다'란 뜻의 표준어 '설레다'의 명사형은 '설렘'으로 표기해야 한다.
종합식품기업 오뚜기는 아예 사명 자체가 표기법에 어긋난 경우다. '작은 물건이 도드라지게 높이 솟아 있는 모양'이나 '갑자기 발딱 일어서는 모양'을 뜻하는 부사 '오뚝'에 접미사 '-이'를 결합하면 '오뚝이'로 적는 게 맞다. 부사 '오뚝'과 관련한 내용은 지난 200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언어영역에서 보기 예문으로도 출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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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사 '오뚝'이 언급된 2006년 대학수능 언어영역 예문. |
외래어 표기법에 맞지 않는 제품명도 흔하다. 오리온 '오리온카라멜'은 '오리온캐러멜'이, SPC그룹의 제빵 가맹점 '파리바게뜨'는 '파리바게트'가 올바른 외래어 표기법이다. 오뚜기 '토마토 케찹'은 '토마토 케첩'으로, CJ제일제당 '컵케익' 시리즈는 '컵케이크'로 표기해야 옳다.
특히 이탈리아 요리 '리소토'는 '리조또'로 잘못 표기한 경우가 많다. 이러한 제품명으로는 △대상 청정원 '버섯크림리조또' △오뚜기 '해물리조또' △CJ제일제당 백설 '쿠킷 크림리조또' 등이 있다.
제과업계에서 '웨하스'라고 부르는 과자류는 '웨이퍼(wafer)'의 일본식 발음에서 유래했다. 해태제과의 '웨하스크림'이 이러한 예.
롯데제과 '빠다코코낫'은 '버터코코넛'을 잘못 표기한 제품명이다.국립국어원 어문연구과 관계자는 "'버터'나 '초콜릿' 등과 같이 예전에 없던 사물에 대한 외래어에 대한 표기법이 새로 정해진 적은 있지만, '빠다'와 같은 표현을 맞는 표기법으로 고시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강신항 성균관대 국어국문학과 명예교수는 지난 2004년 국립국어원 새국어생활' 특집기고에서 '빠다', '쓰레빠' 와 같은 간접 차용된 외래어는 순화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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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제과 '빠다코코넛'. 사진=오현승 기자. |
유제품 기업 한국야쿠르트의 사명은 다소 특수한 경우다. 한국야쿠르트는 지난 1969년 유산균 제품 도입을 위해 일본야쿠르트와 합작투자(한국 62%, 일본 38%%) 방식으로 세워지면서 당시 일본야쿠르트의 사명과 제품 '야쿠르트'를 그대로 차용해 지금까지 쓰고 있다. 국립국어원은 '발효유의 한 종류'를 일컬을 경우 '요구르트'만 맞는 표기법으로 인정하고, '야쿠르트', '요쿠르트', '야구르트' 등은 모두 외래어 표기법에 어긋난다고 본다.
식품업계에서도 표준어가 아닌 제품명을 인지하고 있지만, 이를 개선하는 건 어려운 일이라는 입장이다. 한 제과업체 관계자는 "이미 긴 시간에 걸쳐 고유 브랜드로 자리잡은 제품, 상표 및 사명 등은 (외래어 표기법에 맞지 않다고 하더라도) 소비자 인지도 하락 우려나 금전적 비용 발생 등의 현실적인 이유로 이름을 바꾸는 게 쉽지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식품업계가 일반 소비자들의 일상 생활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점에서 제대로 된 표기법을 제품명 등에 넣으려는 노력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정애 전북대학교 국어교육과 교수는 "표기법에 어긋난 제품 중엔 장수제품도 많아 이를 모두 바로잡는 건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소비자들의 언어 생활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만큼 식품회사들이 제대로 된 외래어 표기법을 지키려는 노력이 미흡한 건 문제"라고 꼬집었다.
오현승 기자 hsoh@segye.com
<세계파이낸스>세계파이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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