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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탐색] 홀로 왕따 당하는 경제교과서…미움받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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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10-01 06:00:00 수정 : 2016-09-30 23:5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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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는 애들도 기피하지만 솔직히 교사들도 다들 가르치기 싫어하는 과목이에요. 경제 교과서 열심히 공부한다고 해서 경제생활에 도움이 될까 싶기도 하고..."

경기도의 한 고등학교에서 사회과 교과목만 7년째 가르치고 있다는 노모(31·여)교사. 그는 경제는 아이들뿐 아니라 교사들조차 사회과에서 제일 가르치기 기피하는 과목이라 자조하면서도 경제·금융 맹인 양산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그는 경제는 어려운 과목이라는 고정관념이 ‘경제과목 기피’ 현상을 유발하는 주된 원인이라 분석했다. 노씨는 이론위주에서 벗어나 조금 더 실생활에 도움이 되는 다양한 정보와 사례가 적시된 생활밀착형 교재가 나와야만 할 때라 강조했다. 동시에 경제·금융 환경이 급속히 변모하는 만큼 경제를 가르치는 교사들에 대한 재교육 기회도 풍부하게 제공되길 바란다는 제안을 했다.

◆경제교과는 장기간 따돌림 당하는 중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201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채점 결과’ 자료에 따르면 작년 수능 응시생 총 58만5532명 중에서 경제 과목을 사회탐구영역의 선택과목으로 선택한 학생은 7304명에 불과하다. 사회탐구 영역 시험을 필수적으로 봐야만 하는 응시자 총 32만2674명 중 단 2.26%만이 경제를 선택한 것이다. 몰론 경제 과목을 선택과목으로 채택한 학교 수자체도 절대적으로 적어 전체(2303개)의 15%(348개)에 불과한 수준이다. 경제를 어렵다고 생각해 선택과목으로 선정하길 원하는 학생들이 적다보니 학교에서도 개설을 주저하는 것이다. 물론 응시자 수가 적어서 높은 등급을 받기가 어려운 것도 경제를 사회선택과목으로 채택치 않으려는 주된 원인이다. 경남에서 사회과목만을 15년째 가르치고 있다는 임모(50·여)교사는 “공립학교에서 15년 동안 재직하면서도 단 한 번도 경제과를 학교에서 사회과 선택과목으로 채택하는 것을 본적이 없다”며 “대부분 학생 선호도가 높은 ‘생활과 윤리’(17만3687명), 사회문화(16만4273명), 한국지리(9만3902명)” 위주로 교과가 개설되는 것이 문제라 지적했다. 임 교사는 이어 “이 같은 선택과목 쏠림현상 때문에 경제, 법과정치를 비롯해 민주시민 생활에 필수로 일컬어지는 다양한 교과목을 배우지 못하는 것은 반드시 개선되어야만 할 사안”이라 강조했다.

◆실생활 금융교육 강화한다더니, 정작 맨 마지막 단원에 배치해 놓은 ‘경제생활과 금융’

인터뷰에 응한 6명의 사회과 교사들 모두 금융 교육이 부실한 것 역시 경제 교과서의 큰 문제라 지적했다. 2013년 청소년들의 금융 이해력을 높이기 위해 경제교과 안에 실생활 금융과 관련한 단원이 도입됐지만 전체 250여 페이지 가량 되는 교재에서 이 부분이 차지하는 비중은 36페이지 가량으로 14%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총 6개 단원 중 맨 마지막 단원으로 빠져 있어서 보통 시간이 촉박해서 제대로 진도를 못 나가는 경우가 태반이거나 형식적으로 훑고 넘어갈 때가 많다는 것이 교사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무엇보다 교과서에서 다루고 있는 ‘생애주기에 따른 재무계획 세우기’나 금융상품에 대한 설명 등이 지나치게 추상적이고 이론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어 실제 금융생활에 도움을 주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것이 대체적 평가다.

미국 버지니아주 라우든카운티 소재 존캠프고등학교 11∼12학년 금융수업시간에 매리 도허티 교사(왼쪽)가 ‘소득과 세금’이라는 주제로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자료사진
◆경제 과목, 다시 사랑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사회과 교사 및 교수들은 초등학교 입학 때부터 경제를 비중 있는 단원으로 중점 편성하고 그때부터 체계적이고 실용적인 경제·금융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는 데 입을 모았다. 천안의 한 초등학교에서 6학년을 가르치고 있는 김모(31·여)교사는 “저학년들 위주로 은행 등에 체험학습을 가서 ‘통장 만들어 보기’ 등의 활동을 하는 경우는 있지만 사실상 은행홍보 차원에서 그치는 경우를 많이 봤다”며 “실제로 용돈을 어떻게 관리해야 하고 금융기관을 이용할 때 주의 점은 무엇인지 등을 배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경제교육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학생들뿐만 아니라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사와 부모도 경제금융 교육을 제대로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서울의 한 고등학교에서 3년째 경제를 가르치고 있는 최모(43·여)교사는 “요즘에는 청소년들이 용돈을 받지 않고 필요할 때마다 부모님께 돈을 달라고 한 후 대중없이 쓰게 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며 “각 가정에서 부모들이 돈에 대해서 어떻게 말하고 행동해야 하는지, 아이들이 체계적으로 돈을 관리할 수 있도록 지도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에 대한 금융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언급했다. 또 “사실 경제를 가르치는 교사들도 여러 변수에 시시각각 영향을 받으며 빠르게 바뀌는 경제·금융 환경에 대해서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며 “교사들에 대한 교육 연수, 재교육을 심화해야할 것”도 강조했다.

김라윤 기자 ry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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