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이동준의 일본은 지금] 임신 출산은 여성의 행복이긴 한데…

입력 : 2016-09-26 18:54:32 수정 : 2016-09-27 08:44:08

인쇄 메일 url 공유 - +

“임신과 출산은 여성만이 누릴 수 있는 행복”이라는 말에 한 싱글여성은 서운함을 느낀다고 한다.
공익광고 같은 말에 많은 공감이 이어졌지만, 바꿔 말하면 싱글여성은 행복과 거리가 먼 것처럼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서운한 여성들의 마음에 칼럼니스트 마리 메구미 씨가 반창고를 붙여줬다.
(사진= 아마존프라임 캡처)
엄마가 되어서도 일할 수 있는 지금
임신과 출산을 주제로 기고 중인 메구미 씨는 독자로부터 "메구미 씨도 결혼을 꿈꾸는군요. 열심히 일만 하는 사람인 줄 알았습니다"란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고 한다.

독자가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은 사회적 분위기를 반영한 것으로 지금도 '결혼 퇴직'이 건재한 한편 10년 전쯤만 해도 여성이 남성에게 기대지 않고 일과 육아를 병행할 수 없는 시대였다.
메구미 씨 역시 "20대부터 공무원이 되지 않는 이상 일이면 일, 육아면 육아 선택은 둘 중 하나였다"며 "일 욕심에 전업주부는 될 수 없다"고 생각을 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 자녀를 두지 않고 사회활동을 하며 일에서 보람을 찾으려고 하는 'DINK족' 이 유행처럼 번져 출산율 하락에 크게 기여했는데 최근 2~3년 들어 분위기가 조금씩 바뀌고 있다.

출산이 경력이 되는 시대
일하기 좋은 기업 베스트 30에 선정된 대기업에서 승승장구했던 46세 여성 A씨.
A씨는 같은 직장 후배가 출산 후 육아 휴직하자 후배 몫을 반강제로 떠안게 돼 편의점에서 주먹밥을 먹으며 밤늦도록 야근과 어떤 날에는 남은 일을 집에 가져와 새벽까지 일했했다.

그렇게 1년이 지나 행복한 모습으로 복직한 후배를 두고 주위에서는 축복과 칭찬의 말을 아끼지 않았다.
A씨는 내심 자신의 공을 알아줄까 기대했지만 어느새 ‘에베레스트 여성’이 되어 남에게 민폐를 끼치는 존재로 전락했다.
그녀는 "아기와 남편과 행복할 후배의 모습을 상상하곤 울고 싶어졌다"며 "지난 12년간 해온 노력이 허무하다"고 느껴 회사를 그만뒀다.

A씨가 회사를 그만둔 이유에는 후배에 대한 질투도 분명 있겠지만, 지금 40대인 A씨가 일을 시작했을 당시의 사회는 일과 가정 육아의 양립이 어려웠다.
하지만 지금 후배세대에는 상상만 했던 일이 현실이 돼 출산 후 사회로 복귀하며 일과 가정 그리고 자녀라는 세 마리 토끼를 모두 손에 넣을 수 있게 됐다.
또 주변에서는 "대단하다", "장하다", "수고했다"등의 격려와 응원이 쏟아지며 출산이 경력으로 이어지는 시대가 됐다.

또 이런 분위기에 더해 국가는 저출산 대책에 힘 쏟으며 여성의 활약을 강조. 아이를 낳지 않는 여성은 입지가 좁아지고 이미지도 예전 같지 않아 출산 한계에 이른 여성들의 마음은 복잡하다.

*'에베레스트 여성'은 일에 중독된 여성을 빗댄 유행어다.

절벽 끝에선 여성의 외침
2개월 전 'AMH(난소 나이)' 검사에서 한계가 임박한 것을 알게 된 한 직장인 여성은 "이대로 아이를 낳지 못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며 "인생이란 무엇인지 심각하게 고민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임신과 출산은 여성만의 행복'이라고 말하지만 반대로 임신과 출산을 경험하지 않은 여성은 불행하다고 인식되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출산이 쉬운 것도 아닌데 아이를 낳지 않는 여성들을 두고 '절벽 끝에선 여자'라며 주위의 압박은 거세지고 여성을 결혼하지 않은 여성과 결혼한 여성으로 간단히 분류하며 개인의 삶이나 사정은 고민되지 않고있어 문제로 지적된다.

메구미 씨는 여성들에게 이렇게 조언한다.
"독신이 볼 때 가정 속에서 행복한 모습은 눈부실 정도겠지만 이런 남의 인생을 질투하면 안 된다. 질투하면 자신만 괴로워질 뿐, 선택하지 않은 삶을 상상해도 변할 것은 없다. 모든 것을 손에 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가지지 못했다'라고 하기보다 이미 가진 것들을 소중히 하며 살자. 과거는 바꿀 수 없다. 10년 후 20년 후 인생이 '행복하다'라고 생각할 수 있게 생활을 하자"
'열심히 일만 하는 사람'처럼 보이는 메구미 씨. 책상이 증거처럼 보인다.
남성은 열심히 일해서 주변의 인정받는 반면 여성은 가정과 일 육아를 병행해야 인정받는다면 이보다 불공평한 것이 또 있을까.

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이주빈 '신비로운 매력'
  • 이주빈 '신비로운 매력'
  • 한지민 '빛나는 여신'
  • 채수빈 '여신 미모'
  • 아일릿 원희 '여신 미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