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드라마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평범녀와 완벽남 캐릭터다. 최근에는 평범녀를 둘러싼 완벽남들의 경쟁이 더 치열해졌다. 과거 드라마 속 남녀 주인공의 구도가 일대일이나 삼각관계가 주를 이루었다면 최근에는 한 여주인공을 둘러싼 다수의 남자 주인공이 갈등관계에 놓이는 다각(多角) 관계 로맨스가 줄을 잇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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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금토드라마 ‘신데렐라와 네명의 기사’ tvN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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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월화드라마 ‘달의 연인 - 보보경심 려’ 바람이분다 제공 |
연말 방송이 예정된 KBS2 ‘화랑 - 더 비기닝’에서도 여주인공 고아라와 남자 주인공 박서준, 박형식, 최민호, 도지한의 다각 관계를 예고하고 있다.
이 같은 다각 관계는 과거 몇몇 작품에도 등장했다. 동명의 대만 드라마를 리메이크한 KBS2 ‘꽃보다 남자’에서는 금잔디(구혜선)가 이른바 ‘F4’로 불리는 4인방에게, KBS2 ‘성균관 스캔들’에서는 김윤희(박민영)이 ‘잘금 4인방’에게 둘러싸여 있었다. 그러나 우리나라 대부분의 드라마는 두 남녀 주인공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구축했고, 삼각관계를 이루더라도 남녀 주인공의 관계를 부각시키는 장치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다.
다각 관계의 원조는 이웃나라 일본이다. 일본에서는 이른바 ‘하렘물’이 만화와 영화를 중심으로 인기를 끌었다. ‘하렘’은 이슬람 국가에서 남성과 분리되어 여성들이 기거하는 장소를 일컫는다. 일본에서의 하렘물은 한명의 남성과 다수의 여성들이 다각 관계를 형성하며 그리는 에피소드다. 일본의 하렘물이 우리나라에서는 ‘역(逆)하렘물’로 자리 잡았다. 기존의 하렘과 반대로 한 여성이 다수의 남성들과 다각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다. 다만 남성이 여성에 비해 완벽하게 비춰진다는 점은 달라지지 않았다.
‘신데렐라와 네명의 기사’에서 하원은 남자 주인공들의 아버지에게 도움을 주는 대가로 1년치 학비와 현금을 지원받는다. ‘달의 연인 - 보보경심 려’에서 해수는 고려시대에 홀로 남겨지면서 황자들에게 기댈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인다. 표면적으로는 다수의 남자 주인공들이 여주인공에게 구애하는 양상이지만, 실질적인 주도권은 남자 주인공에게 있는 셈이다. 이를 두고 드라마 속 여성 캐릭터가 현실성이 결여된 채 퇴행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같은 다각 관계가 등장한 배경에는 중국 시장의 영향도 크게 작용했다. 중국의 소설이나 영화 등에서는 다각 관계로 전개되는 이야기가 많기 때문이다. 실제로 ‘신데렐라와 네명의 기사’, ‘달의 연인 - 보보경심 려’ 등에는 중국 자본이 투자됐다.
정덕현 문화평론가는 “드라마 속 다각 관계는 여성의 판타지에 기인한다”며 “다수의 남성 캐릭터가 등장하면서 여러 취향이 묻어난다”고 분석했다. 이어 “판타지라는 것 자체가 현실과 거리가 있다”며 “최근에는 다각관계 외에도 걸크러시와 같은 능동적인 여성 캐릭터도 늘어나는 추세”라고 덧붙였다.
권구성 기자 k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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