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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료가 대본’… 역사는 드라마보다 더 극적이었다

입력 : 2016-09-12 21:35:57 수정 : 2016-09-12 21:4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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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첫 팩추얼 드라마 ‘임진왜란 1592’ “거북선이 완성된 것은 임진왜란이 일어나기 하루 전이다. 이순신 장군은 최종병기 거북선이 처음 출격한 4번째 전투에서 총에 맞았다. 때론 역사적 사실이 드라마보다 드라마틱하다.”

국내 최초의 팩추얼 드라마 KBS1 ‘임진왜란 1592’를 연출한 김한솔 PD는 이같이 말했다. 김 PD는 동아시아 최초의 국제전이자, 장장 7년간 치열하게 벌였던 임진왜란을 배경으로 극사실주의 팩추얼 드라마를 연출했다. 

국내 최초의 팩추얼 드라마 ‘임진왜란 1592’가 세계사적으로 접근한 임진왜란을 재조명해 주목받고 있다.
KBS 제공
팩추얼 드라마는 다큐멘터리와 드라마의 조합을 일컫는다. 드라마 속의 인물과 상황, 대사는 작가의 상상력이 아닌, 사료를 바탕으로 한다. 미국의 ‘밴드 오브 브러더스’나 내셔널 지오그래픽의 ‘초한지’ 등이 대표적인 팩추얼 드라마다. 우리나라에서는 ‘임진왜란 1592’가 첫 팩추얼 드라마다.

사료를 바탕으로 하는 ‘임진왜란 1592’는 역사를 향한 질문에서 시작한다. ‘이순신 장군은 실제로 어떻게 싸웠을까’ ‘그의 전략과 전술은 무엇이었을까’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왜 전쟁을 일으켰을까’ 김 PD를 비롯한 제작진은 단순하면서도 깊이 있는 질문들을 시작으로 드라마의 틀을 만들었다.

‘임진왜란 1592’가 팩추얼 드라마를 표방하는 만큼 고증 과정에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 김 PD는 “팩트를 발굴해내면 전문가들의 고증을 받고, 그다음 스토리를 짜고 다시 한번 자문을 했다”며 “그런 과정을 거친 대본이 228개에 달한다. 228번의 팩트 체크 과정을 거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순신 장군이 총을 맞은 것과 관련해 당시 총의 사거리를 조사했더니 근거리 타격일 것이라는 고증자료가 나왔다”며 “그렇다면 이순신 장군이 왜 적들 가까이에 갔는지 이유를 추론했다. 여기에 가능성 높은 이유들을 연결해 팩트를 왜곡시키지 않도록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역사를 조심성 있게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해 대본 검토에 오랜 시간이 걸렸다”며 “대본을 검토하는 회의는 팩트를 확인하는 토론장이나 다름없었다”고 덧붙였다. 

‘임진왜란 1592’는 중국의 국영방송 CCTV와 공동제작했다. KBS는 지난 3일 ‘방송의 날’을 기념해 첫 방송을 시작했고, CCTV는 ‘장정 80주년’ 기념일에 방송한다. 역사 드라마를 중국과 함께 작업하면서, ‘임진왜란 1592’는 자국사가 아닌 세계사로 접근해야 했다. 김 PD는 “임진왜란을 세계사적으로 접근하면 무엇이 달라지는지 생각했다”며 “이순신이 지킨 우리의 바다는 세계사적으로 보는 순간 일본 본토에서 대륙으로 향하는 보급로이자 첫 관문이다. 이순신이 지킨 것은 우리나라의 바다가 아니라 동아시아의 바다였다”고 말했다.

‘임진왜란 1592’는 역사적 고증 과정만큼이나 연출에도 공들였다. 극 중 이야기의 큰 흐름을 이끌어가는 이순신은 사극 연기로 정평이 난 배우 최수종이 맡았다. 제작발표회에서 최수종은 “‘임진왜란 1592’에 팩추얼 드라마라는 단서가 붙어서 연기하기 힘들었다”면서도 “새로운 이순신 장군의 모습을 표현하려 노력했다”고 말했다. 상대역인 일본 도요토미 히데요시 역은 연기파 배우 김응수가 맡았다. 이 밖에도 배우 이철민, 정진, 백봉기, 조재완 등이 주요 배역을 맡아 당시 조선의 수군과 민초들을 살려낸다. 

또 CG 작업을 통해 일본 성의 내부와 거리, 시골 풍경들을 사실감 있게 재현했다. 일본인으로 출연하는 배우들은 실제 일본인이나 얼굴이 잘 알려지지 않은 배우를 섭외해 몰입감을 높였다. 중국과 함께 제작한 만큼, 그동안 사극에서 부분적으로만 비친 명나라의 모습도 충실하게 조명했다. 특히 조선과 명나라 연합군이 일본군과 맞붙는 평양성 전투 신 등은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중국 현지에서 촬영했다. 진린, 이여송, 조승훈, 심유경, 등자룡 등 명나라의 장수나 사신 역시 중국 배우들이 맡았다. 

김 PD는 “한·중 합작을 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일본 NHK에서 반발이 들어오기도 했다”며 “최대한 객관적으로 다뤄야 세계사적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다. 극 중 이순신보다 히데요시의 대사가 많을 정도로 중립을 지키려 노력했다”고 말했다.

KBS1 금토드라마로 편성된 ‘임진왜란 1592’는 5부작이라는 짧은 분량과 낯선 편성 시간대, 추석 연휴 결방 등의 불리한 조건 속에서도 10%에 육박하는 시청률을 기록하며 선전하고 있다.

권구성 기자 k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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