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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로그인] 스폰서 검사와 사이버 망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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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09-08 19:50:38 수정 : 2016-09-08 19:5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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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폰서 검사’ 사건이 언론을 도배하다시피 하고 있다. 김형준 부장검사와 그의 중·고교 동창 김모씨가 지난 수개월간 전화 통화와 문자, 카카오톡 등으로 나눴다는 대화 내용을 쭉 훑어봤다. 현직 검사가 아무렇지 않게 수천만원대 금품·향응을 받고, ‘스폰서’ 친구의 청탁으로 검찰 내 인맥을 총동원하는 장면이 가감 없이 드러났다. 영화 ‘내부자들’과 ‘부당거래’의 다큐멘터리 버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엔 분노가 치밀었다. 대화 어디에도 ‘정의와 인권의 파수꾼’으로서 검사의 사명감은 찾아볼 수 없었다. 사건 무마 청탁을 위해 검찰 수사팀과 만났다는 그는 “그 위의 부장과도 밥 먹으면서 공정하게 수사해 달라. 오해없도록”이라며 개인 안위를 ‘공정 수사’와 동일시하는 파렴치함을 보였다.

검찰에 대한 실망감도 생겼다. 아무리 ‘검견’ ‘권력의 시녀’라는 말이 나돌아도 일부 ‘정치 검사’의 문제일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의 전화를 받은 대다수 검사들은 같은 대학을 나왔다고, 함께 근무한 적이 있다고 해서 동료의 비위를 감싸는 모습이 한심했다.

그리고 씁쓸해졌다. “문자 말고 텔레그램으로 해라(?)” 세상의 눈을 속이려 한 사회 엘리트조차 불특정 다수의 감시망이라는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걱정한 것이다. ‘사이버 망명’으로 범죄행위를 덮으려 한 그의 행태가 애처롭기도 했다. 하지만 이내 휴대전화에 저장돼 있던 문자와 카톡을 살피는 나를 보면서 기자 역시 보통 ‘흙수저’에겐 특권과 접대에 찌든 ‘금수저’일 수 있겠다 싶어 한없이 부끄러워졌다.

송민섭 디지털미디어국 소셜미디어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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