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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에도 '아재 개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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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09-03 15:00:00 수정 : 2016-09-03 10:3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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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미권 ‘대드 조크’(Dad jokes)와 일본의 ‘오야지 개그’(親父ギャグ)/ 동음이의어를 이용한 어처구니 없는 말장난이 대부분/ “지나친 ‘아재 개그’는 왕따당할 수 있어”/ 생각치 못한 답변이 가져오는 ‘기대 불일치’가 유머의 핵심
우리나라의 ‘아재 개그’와 마찬가지로 영미권 ‘대드 조크’(Dad jokes)도 많은 이들의 머리를 지끈거리게 하고 있다. 유투브 캡처

“미국에 비가 오면 뭐게?” “USB!”

“울다가 그친 사람을 5글자로 하면?” “아까운 사람!”

“동생이 형을 잘 따르면?” “형광펜!”

 
새내기 직장인 최모(27·여)씨는 시도때도 없이 치고 들어오는 부장님의 ‘아재(아저씨) 개그’에 진땀을 뺀다. 부장님의 환한 얼굴에 차마 ‘그만하시라’는 말은 못하지만 한숨이 절로 나올 지경이다. 회식자리를 비롯해 틈만 나면 말꼬리를 잡는 부장님은 요즘 인터넷에서 찾아낸 ‘최신(?) 개그’ 삼매경이다.

선배를 비롯해 팀원들 모두 “그러려니 하라”며 최씨를 말린다. 최씨는 “노력하는 모습에 친근한 마음도 들지만 억지 웃음을 짓는 것은 고역”이라며 고개를 저었다.

최근 ‘아재 개그’가 화제인 가운데 외국에도 비슷한 고충을 토로하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대드 조크’(Dad jokes)와 ‘오야지 개그’(親父ギャグ)가 그것이다.

◆“제발 그만…” 아저씨들은 원래 다 그래요?

영미권에선 ‘아재 개그’에 버금가는 ‘대드 조크’가 있다. 대표적인 대드 조크는 아래와 같다.


아들 : Dad, I'm hungry. (아빠, 배고파요.)

아빠 : Hi hungry. I'm dad. (안녕 헝그리, 나는 대드야.)

*be동사를 이용한 언어유희



아들 : What country is next to USA?(미국 옆에 있는 국가는 뭘까요?)

아빠 : USB.

*US‘A’ 다음 US‘B’가 있다는 의미



아들 : Dad, make me a sandwitch!(아빠, 샌드위치 만들어주세요)

아빠 : Abracadabra∼ You’re a sandwitch(수리수리 마수리∼ 넌 이제 샌드위치야!)

*make(만들다, 되게 하다)를 이용한 언어유희


우리나라의 ‘아재 개그’에 견줘도 전혀 손색이 없을 정도다. 이번엔 일본의 ‘오야지(아저씨·아버지) 개그’(親父ギャグ)다.

일본의 ‘오야지 개그’(親父ギャグ)는 문답 형식보다 동음이의어를 이용한 혼잣말이 많다. 온라인 커뮤니티


△カレーは、辛れ∼ (카레와, 카레, 카레는 매워∼)

*‘카레’와 맵다의 구어체인 표현인 ‘카레’를 이용한 언어유희



△卵の黄身も好きだけど、君が好き(타마고노 키미모 스키다케도, 키미가 스키, 계란의 노른자도 좋아하지만, 너가 좋아)

*노른자를 뜻하는 ‘키미’와 당신이라는 의미의 ‘키미’를 이용한 언어유희



△福岡で服を買った(후쿠오카데 후쿠오캇타, 후쿠오카에서 옷을 샀다)

*지명인 ‘후쿠오카’와 옷을 샀다는 의미인 ‘후쿠오캇타’의 발음을 이용한 언어유희



△仙台の車は千台(센다이노 쿠루마와 센다이, 센다이(지명)의 차는 1000대)

*지명인 ‘센다이’와 1000대를 뜻하는 ‘센다이’를 이용한 언어유희



인기 애니메이션 ‘드래곤볼’의 주인공 손오공이 계왕신을 웃게 만든 ‘布団が吹っ飛んだ’(후톤가 훗톤다, 이불이 날아오른다)도 대표적인 ‘오야지 개그’ 중 하나다. 국내엔 ‘이불아 날아라’로 번역돼 많은 어린이들의 의문을 자아냈던 대목이다.

각국의 ‘아저씨 개그’는 주로 동음이의어를 이용한다는 공통점을 보인다. 실소가 나오는 말장난이 대부분이다. 국내외 모두 ‘백과사전식’으로 관련 서적이 팔리고 있다는 점도 유사하다.

무엇보다 무리한 개그는 세간의 지탄을 받는다는 점도 비슷하다. 유투브 등에는 ‘Dad jokes survivors’(아재 개그에서 살아남기) 동영상이 여럿 올라올 정도다.

◆“지나친 아재 개그는 역효과 부를 수 있어”

개그에 대한 욕심이 크더라도 지나친 ‘아재 개그’는 삼가는 게 좋다.

미국 워싱턴주립대학의 언어학자 낸시 벨 박사의 연구에 따르면 처음 만난 사람이 썰렁한 농담을 하면 10명 중 4명은 웃어주는 반면, 직접적으로 투덜대는 사람은 0.5%에 불과했다. 하지만 같은 농담을 지인에게 했을 땐 들은 이 중 44%가 왕따를 시키거나 따가운 눈초리를 보냈고, 심하면 주먹질까지 하는 등 다소 공격적인 반응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각국의 ‘아재 개그’ 사전들. 아저씨들이 개그를 ‘책으로 배운다’는 것은 만국 공통인 것으로 보인다. 교보문고

연구를 진행한 벨 박사는 “인간관계를 중요시 여기는 사회에선 친구나 연인보다 처음 본 사람에게 관대하다”며 “썰렁한 유머는 처음 본 사람이 할 경우에만 대체로 중립적인 모습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서강대 나은영 교수(커뮤니케이션학)는 “‘아재 개그’는 기본적으로 세대간 언어습관의 불일치 탓에 발생한다”면서 “웃음은 예상할 수 없는 답변이 가져오는 ‘기대의 불일치’가 유발하는데,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거나 식상해진 ‘아재 개그’는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뻔한 개그의 남발은 ‘재미없는 사람’으로 인식될 수 있기 때문에 삼가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이창수 기자 winteroc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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