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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염원 안고… 분단 현장 348㎞ 두 바퀴로 달린다

입력 : 2016-08-30 20:37:10 수정 : 2016-08-31 00:2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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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자부·경기·강원도 주최로 첫 행사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인 대한민국의 비무장지대(DMZ)는 냉전의 상징이다. 북한의 도발로 남·북 대치 국면이 생길 때마다 DMZ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감돈다. 분단국가라는 냉엄한 현실의 공간인 만큼 수십만명이 거주하는 경기 파주, 강원 고성에서 차로 불과 10∼20분이 거리에 있지만 주민들이 느끼는 심리적 거리는 훨씬 더 멀다.

그러나 대결과 전쟁, 분단이라는 단어가 DMZ의 전부는 아니다. DMZ는 60년이 넘게 사람의 손이 닿지 않아 천혜의 자연환경이 그대로 유지된 평화의 땅이기도 하다. 남북 대결 속에서 농사를 짓고 생업을 이어가는 접경지역 주민들의 삶이 하루하루 이어지는 공간이기도 하다.

분단과 평화가 공존하는 DMZ. 이 역설적인 공간을 직접 체험하고 평화통일의 염원을 널리 알리기 위해 DMZ 주변 총 348.5㎞를 자전거로 달리는 ‘투르 드 DMZ(Tour de DMZ)’가 올해 첫 막을 올린다. 자전거로 지나는 민간인출입통제구역(민통선) 구간만 34㎞에 이르는 최초의 ‘DMZ 횡단’ 대회다. 수백명의 국내외 선수들이 함께 힘차게 페달을 밟으며 대결과 냉전의 공간인 DMZ가 축제의 공간으로 거듭나게 될 전망이다. 


지난 5월 강원 철원에서 동호인들을 중심으로 열린 소규모 ‘투르 드 DMZ’ 대회 참가자들이 신호에 맞춰 출발하고 있다.
행정자치부 제공
◆남북분단의 상징 DMZ 348.5㎞ 구간을 달린다

‘투르 드 DMZ’는 행정자치부와 경기·강원도 주최로 9월 3일부터 6일까지 4일간 열린다. 그동안 경기, 강원 지역에서 자치단체 주관으로 자전거동호인을 대상으로 한 접경지역 자전거 퍼레이드 행사는 간간이 있었지만 해외 선수를 포함한 국제대회, 그것도 DMZ 구간을 따라 국토를 횡단하는 대회는 이번이 처음이다. 행자부는 올해 행사를 시작으로 ‘투르 드 DMZ’를 매년 개최할 계획이다.

대회는 국내외 고등학교 전문선수들이 참여하는 ‘엘리트대회’와 자전거동호인들이 참석하는 ‘마스터즈동호인대회’, 지자체별로 벌이는 자전거 퍼레이드로 구성됐다.

이 중 총 348.5㎞의 구간을 달리는 대회는 ‘엘리트코스’. 강원 고성 통일전망대∼인제 공설운동장(3일), 인제공설운동장∼양구 평화의댐(4일), 철원 지포교∼경기 연천 공설운동장(5일), 연천공설운동장∼파주 임진각 구간(6일) 등 매일 80∼90㎞의 거리를 자전거로 달리게 된다. 이 중에는 고성통일전망대∼검문소, 철원 3사단, 6사단 등 민통선 구간 34㎞도 포함됐다. 국내외 고교 선수들이 민간마을과 군부대, 검문소를 수시로 지나며 DMZ 자전거대회를 실감할 수 있다. 엘리트코스에는 200여명이 참여한다. 해외에서는 스페인, 우즈베키스탄, 일본, 중국, 홍콩, 태국, 몽골 등에서 9개팀, 72명이 참가하고, 국내에서는 서울·강원·충북·경북체육고 등 14개팀 136명이 참가한다. 경기 기록에 따라 종합·구간별 총 2500만원의 상금이 주어진다.

자전거동호인들이 참가하는 ‘마스터즈동호인대회’는 고성 통일전망대에서 진부령 정상까지 48.9㎞ 구간에서 이뤄진다. 동호회 24개팀 총 206명이 참석해 열띤 레이스를 펼칠 예정이다.

대회기간 인제, 철원, 연천 등에서는 지역주민과 동호인들이 선수들의 구간별 출발 시간에 맞춰 ‘자전거 퍼레이드’를 벌이며 축제분위기를 만들어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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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단과 통일을 다시 생각하는 계기”

국제자전거대회이지만 ‘DMZ’가 대회의 한 축을 이루는 만큼 선수들에게는 행사기간 각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된다. 선수들은 고성에서 통일전망대를 둘러보고 인제에서 토속신앙과 산촌 사람들의 애환에 대한 자료가 전시된 산촌민속박물관과 박인환 문학관, 자동자 경주트랙 등을 돌아본다. 경기 연천에서는 임진강 생태습지공원을 견학하고 휴전선상 북한과 가장 가까운 전망대인 태풍 전망대를 관람한다. 경기 폐막 후에는 임진각에서 오두산으로 이동해 북한생활체험을 하고 관련 영상을 볼 수 있는 통일전망대를 관람할 예정이다.

대회에 참가하는 강원체고 유연우(17)군은 “대한민국 최전방에서 열리는 최초의 국제대회라고 들었다”며 “이전에 DMZ 인접 지역에 가본 적은 없지만 강원도민으로서 의미 있는 대회인 만큼 우승을 목표로 열심히 달려 좋은 성적을 거두겠다”고 말했다.

행사 개막식에는 홍윤식 행정자치부 장관, 최문순 강원지사, 이양수 국회의원, 이대훈 대한자전거연맹 부회장 등이 참석할 예정이다. 또 탈북주민과 이산가족, 실향민 등도 행사에 참여해 의미를 더한다. 개막식에서는 사물놀이 공연과 군악 공연 등 풍성한 공연이 열린다.

홍윤식 행자부 장관은 “이번 대회는 세계평화를 염원하고 세대와 이념, 국경을 넘어 소통·화합하는 ‘국제스포츠문화 대축제’”라며 “이를 계기로 접경지역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증대되고 DMZ의 자연과 문화자원이 널리 홍보돼 접경지역이 보다 살기 좋은 지역으로 발전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진수 기자 je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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