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리엄 보몰·윌리엄 보웬 지음 “공연예술계에서 위기는 일상화되어 있다. 운영하는 시즌은 실망스럽고 비용의 증가는 재앙수준이다. 펀드레이징이 절실하게 필요하고 지원재단에 필사적으로 지원을 호소한다. 그런 일이 거듭된다.”
1966년 11월 출판된 ‘공연예술?경제적 딜레마’( 현 공연예술의 경제적 딜레마)의 서론 첫 두 문장을 번역한 것이다. 지금, 여기를 말하고 있다고 해도 믿겠다. 각각 1922년과 1933년에 태어난 경제학자 윌리엄 보몰과 윌리엄 보웬이 50년 전에 지은 책이 지금도 강한 호소력을 갖는다.
이승엽 세종문화회관 사장 |
그런데 이 모든 고민의 원형을 모두 다룬 저작물이 그보다 훨씬 이전에 있었다. ‘공연예술의 경제적 딜레마’이다. 내가 보관하고 있는 영문판은 복사본인데 속표지에 ‘98.12.11’이라고 날짜를 적어두었다. 옆에 내 사인도 있다. 몇 장 넘기니 성균관대 도서관이라는 큰 네모 도장이 보인다. 출판된 지 30년이 넘은 책의 복사본을 손에 넣고 나는 기뻤던 것 같다.
가장 많이 인용되는 책이면서도 내용을 제대로 읽은 사람은 드물다는 우스갯소리의 주인공이었던 이 책은 2011년 임상오 교수의 노력으로 한국어로 번역되었다. 한국어 번역본 책제목은 ‘공연예술의 경제적 딜레마’다. 초판이 나온 지 45년이 지나서다. 덕분에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게 되었다. 나도 혜택을 보았다. 이 글을 쓰면서 다시 훑어보니 지금 내가 일하고 있는 세종문화회관과 우리 공연예술계의 고민들이 그 속에 다 들어 있다. 딜레마는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지만.
이승엽 세종문화회관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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