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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애독서] 위기의 공연예술 진단… 조심스러운 미래 예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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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08-22 22:19:23 수정 : 2016-08-23 01: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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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예술의 경제적 딜레마
윌리엄 보몰·윌리엄 보웬 지음
“공연예술계에서 위기는 일상화되어 있다. 운영하는 시즌은 실망스럽고 비용의 증가는 재앙수준이다. 펀드레이징이 절실하게 필요하고 지원재단에 필사적으로 지원을 호소한다. 그런 일이 거듭된다.”

1966년 11월 출판된 ‘공연예술?경제적 딜레마’( 현 공연예술의 경제적 딜레마)의 서론 첫 두 문장을 번역한 것이다. 지금, 여기를 말하고 있다고 해도 믿겠다. 각각 1922년과 1933년에 태어난 경제학자 윌리엄 보몰과 윌리엄 보웬이 50년 전에 지은 책이 지금도 강한 호소력을 갖는다.

이승엽 세종문화회관 사장
굳이 분류하면 나는 ‘자생적 예술경영(학)자’다. 제도권의 체계적인 교육이나 연구과정을 거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예술경영이라는 개념조차 분명하지 않은 시기에 일을 시작했으니 자연스러운 일이기도 하다. 예술 현장에서 예술경영 일을 하면서 해소되지 않는 많은 숙제가 쌓였다. 분석과 설명이 필요할 때도 많았다. 나름대로의 견해를 갖는 게 쉽지 않았다.

그런데 이 모든 고민의 원형을 모두 다룬 저작물이 그보다 훨씬 이전에 있었다. ‘공연예술의 경제적 딜레마’이다. 내가 보관하고 있는 영문판은 복사본인데 속표지에 ‘98.12.11’이라고 날짜를 적어두었다. 옆에 내 사인도 있다. 몇 장 넘기니 성균관대 도서관이라는 큰 네모 도장이 보인다. 출판된 지 30년이 넘은 책의 복사본을 손에 넣고 나는 기뻤던 것 같다.


600쪽에 가까운 이 책은 놀라운 성취로 가득 차 있다. 부지런하고 끈질긴 경제학적 관점에서 공연예술 여기저기를 샅샅이 파헤친다. 그들의 유명한 주장인 ‘비용질병’ 또는 ‘생산성 격차’로 요약해 버리기에는 전방위적인 탐색이다. 여러 장르의 공연단체와 예술가들을 다루고 있고 기부와 공공지원에도 책의 일부를 할애하고 있다. 본격적인 첫 관객조사를 비롯해서 풍부한 통계자료들은 지금도 쉽게 만들 수 없다. 위기의 공연예술에 대한 진단과 조심스러운 미래 예측은 여전히 유효하다.

가장 많이 인용되는 책이면서도 내용을 제대로 읽은 사람은 드물다는 우스갯소리의 주인공이었던 이 책은 2011년 임상오 교수의 노력으로 한국어로 번역되었다. 한국어 번역본 책제목은 ‘공연예술의 경제적 딜레마’다. 초판이 나온 지 45년이 지나서다. 덕분에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게 되었다. 나도 혜택을 보았다. 이 글을 쓰면서 다시 훑어보니 지금 내가 일하고 있는 세종문화회관과 우리 공연예술계의 고민들이 그 속에 다 들어 있다. 딜레마는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지만.

이승엽 세종문화회관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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