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스 한켠에 있는 스콧홀은 붉은 벽돌로 지어진 단아한 건물이었다. 외관은 잘 보존돼 있었다. 스콧홀 앞에서 일제에 빼앗긴 조국을 위해 투쟁의 결기를 모으던 89년 전 대한의 건아들을 생각했다.
1927년 5월 7일 스콧홀에서는 신간회 도쿄지회 창립대회가 열렸다. 당시 민족주의자와 공산주의자가 연대해서 일본지역 신간회를 조직했다. 창립대회에서 조헌영이 지회장으로 선출됐고, 총무간사로는 전진한, 송창렴, 강소천이, 간사는 김황파, 박형채 등이 맡았다. 신간회 도쿄지회는 재일본조선노동총동맹과 조선인단체협의회 등 다른 단체와 공동으로 활동을 전개해 이념과 관계없이 단결해 항일운동을 전개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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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도쿄 신주쿠에 있는 와세다대 스콧홀. 1927년 5월 7일 이곳에서 신간회 도쿄지회 창립대회가 열렸다. |
이 일로 지회장 김동훈 등 간부 2명이 일경에 체포됐다. 신간회 도쿄지회는 창립 2년 만에 253명이 회원으로 가입할 정도로 활발하게 진행됐다.
와세다대학에는 8월 현재 875명의 한국 유학생이 재학 중이다. 이들은 스콧홀에서 신간회가 설립되고, 선배들이 목숨을 걸고 독립운동을 전개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까. 이곳에 우리 손으로 신간회 안내문이라도 걸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 본다.
류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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