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수원지법 형사항소2부(부장판사 최규일)는 동물보호법 위반 및 재물손괴 혐의로 기소된 김모(53) 씨에 대한 파기환송심에서 재물손괴만 유죄로 판단한 2심을 깨고 동물보호법 위반도 유죄로 보고 벌금 70만 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범행 경위와 사용 도구 등을 살펴보면 피고인 행위는 동물보호법에서 규정하는 동물을 '잔인한 방법으로 죽이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해견이 피고인을 공격하지 않은 점, 피고인이 자신의 개를 다른 곳으로 데려갈 수 있었고 다른 도구를 사용할 수 있었던 점 등에 비춰보면 피고인 행위는 긴급피난에도 해당하지 않는다"고 했다.
재판부는 "그럼에도 원심은 피고인 범행이 동물보호법에서 규정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고 나아가 긴급피난에 속한다고 판단해 무죄를 선고했는데 이는 잘못된 해석을 전제로 한 것으로 법리를 오해했다"며 원심을 깬 이유를 알렸다.
김씨는 지난 2013년 3월 28일 경기도 안성시 양성면 자신의 집으로 침입한 로트와일러가 진돗개를 공격하자 이를 막고자 기계톱으로 등 부분을 내리쳐 죽게 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로트와일러는 대표적 맹견으로 반드시 복종훈련을 해야 한다.
동물보호법에도 3개월이 넘은 로트와일러를 데리고 외출할 때 목줄과 입마개 등 안전조치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1심은 "로트와일러가 진돗개 외에 김씨를 공격할 수도 있는 급박한 상황이어서 김씨의 행위는 긴급피난으로 볼 수 있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2심은 몽둥이 등을 휘둘러 로트와일러를 쫓아낼 수도 있었는데 기계톱을 작동시켜 시가 300만 원 상당의 로트와일러를 죽인 것은 지나치다는 이유로 재물손괴 혐의를 유죄로 봤다.
그러나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에 대해선 '목을 매다는 등 잔인한 방법으로 죽이는 행위'라는 동물보호법을 엄격히 해석해 무죄를 판단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잔인한 방법으로 죽이는 행위' 자체로 구성요건을 충족하고 김씨의 행위에 위법성이나 책임이 사라지는 사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동물보호법도 유죄 취지로 다시 재판하라며 파기환송했다.
박태훈 기자 buckba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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